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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Dec 19. 2020

싱잉볼(Singing Bowl) 티벳 명상 3일 후기

  9월, 지난 3일간 티벳 명상을 해보았다. 수요일은 오전 11시~ 12시, 목/금 7시~8시 사이 총 3일간 진행했다. 첫날은 앉아서, 목/금은 누워서 진행했다.  

  기억나는 대로 암시(진행)-상상(내 상상)을 구분하여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첫째 날

싱잉볼(Singing Bowl) 티벳 명상 3일 후기

  1. 나는 풍선을 쥐고 관객석에 앉아있다.(암시) - 풍선은 물 풍선 여러 개를 불어놓은 모양으로 양손에 쥐어져 있다(상상)  


  2. 나는 관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본다(암시) - 무대는 정방형(사각형)으로 목재로 구성되어 있고 앤틱한 소품들이 자리한다. 정방향의 무대 주변, 사방에 관객성이 있고 나는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객석 중간 우측 편에 풍선을 쥐고 앉아 있다(상상)



  3. 나의 모습은 어떤지(암시)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거짓된 부분은 없는지? - 거북목에 왜소하고 우울한 모습이다. 거짓된 부분들과 빈약한 부분들이 눈에 보인다. 나는 내가 너무 가볍다고 생각한다. 


  4. 말을 걸어보세요 긍정적 암시 - 말을 걸지는 못했고 집중력이 흩어졌다. 현재 나의 문제와 관련한 여러 생각들을 했다.


  5. 나는 풍선을 내려놓고, 무대 위의 나는 나에게 다가갑니다. 나는 나와 손을 잡습니다.(암시) - 풍선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남북 정상회담에서 각 대표가 양팔을 부여잡듯 팔을 쥐어 잡았다. 암시였지만 약간의 감각이 느껴지는 것 같다.


- 1일차 종료


   1. 후기 


  무대 사방으로 좌석이 있다는 것은 '외로움'을 의미할 수 있다. 주목받길 원한다.  


  무대에 있는 나의 이상은 무대 위에 있는 나(나의 현재)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풍선은 현재 내가 부풀려놓은 고민/잡념을 뜻한다. 나는 여러 가지 고민을 안고 있으며, 잡생각이 많다. 


  긴장이 많다.


  끝


  p.s 모두 마무리되고 나가는 길에 싱잉볼이 매우 탐난다는 이야기를 했다. 진행자는 그것도 일종의 잡생각이라는 이야기를 건넸다.



    2. 둘째 날


  누워서 눈을 감았다. 몸에 긴장을 풀고 첫째 날 배운 코로 깊게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뱉는 호흡을 시작한다. 어쩌면 이러한 과정(호흡과 같은 기본적인 통제)를 암시를 통해 진행하는 것부터 친밀감 형성보다 좀 더 깊은, 믿음이나 신뢰성-나아가 주도권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닐까 잠깐 생각했다.


   일을 마치고 오기도 했고 며칠 전부터 어깨가 뻐근했는데, 누워서 받으니까 좀 더 편하다. 이완됨을 느꼈다.


  1. 나는 내가 가장 편한 곳으로 갑니다(암시) - 아주 어렸을 때(유치원) 근처에 있었던 하천(광주천) 공원으로 이동한다. 날씨는 맑고 토끼풀 등이 자라있다.


  2. 긍정적인 암시, 상상을 자극하는 말 내가 나에게 들려준다고 생각하고 들어라 - 싱잉볼이 울리고 암시가 들어온다. 최근 관심을 갖게 된 범고래가 떠올랐다. 범고래는 하천(깊지 않다)에 있다. 얕은 하천이기 때문에 몸체 대부분이 겉으로 드러나 있다. 직접적인 소통은 하지 못하더라도 약간의 친밀감을 느낀다.


  3. 진행자는 작은 벨을 명치에 올려놓는다 작은 싱잉볼을 주변에서 치기 시작한다 - 몽환적인 느낌이 든다. asmr, 만트라를 예전에 잠 안 올 때 들어본 적이 있긴 하지만, 좀 더 깊은 느낌이 들었다. 고래가 조금씩 커지는 듯한 이미지를 연상한다.


  2. 후기


  첫날을 비워내기로 보고, 둘째 날을 채워 넣기로 컨셉을 잡으신 듯했다. 


  과거, 특히 어린 시절의 공간을 현실의 모습으로 간다는 것은 현재 안정을 원한다는 것과, 과거 공간에서 충분히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것(미성숙)을 의미한다고 한다. 


  고래는 특정 주파수로 소통을 하는 동물이다. 내가 직접 소통은 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나보다 더 커다란 존재를 인지하고 있고 소통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도 다다라가고 있지만, 현재의 공간은 그것을 펼쳐내기에 너무 협소하다.


  겁을 내지 말고 바다와 같은 공간을 점유할 필요성이 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끝


  3.  셋째 날


  가장 집중을 하지 못했던 날이다.(직장인의 금요일은 지나친 피로와 고갈된 체력이 있을 뿐이다.) 이날도 누워서 진행을 했고 이전 이틀간 진행했을 때는 뭔가 나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이날은 심리적으로 앵커링에 걸린 것 같은, 나아가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인 고민/과거/현재에 문제가 뒤엉켜 특별히 기억이 남지 않는다. 


  또한 3일 프로그램으로 진행자분 역시 이날에 힘을 주셨는지 긍정에 대한 암시가 많았고, 어떤 감각을 암시하는데도 약간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1일차에 딱히 감각에 대한 암시를 하지 않았음에도 촉감과 관련한 느낌을 살짝 받았었는데, 레몬을 먹어보라는 암시는 뭐랄까 너무 직접적이어서 그런지 잘 와닿지 않았다. 


  그래도 소리 자체에 관심이 많고, 퇴근하고 와서 힘들어 죽겠는데 몸을 이완시키는 것부터 스트레스가 많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다. 


   암시는 해변-레몬(?)-100일 뒤로 이동(이전에 100일 후 이룰 것에 대한 설문을 작성)-현재 나는 전능한 상태 순서의 암시가 이루어졌다. 


  전능한 상태라고 해서 공간을 한번 바꿔봤는데 현재로부터 역순으로 현재 사는 집 -> 과거 살았던 빌라 -> 예전 여행 중 호텔 -> 군관사 -> 기숙사 -> 예전 아파트 -> 어렸을 때 살던 주택 순서로 빠르게 공간을 바꿔보았다.


  3. 후기


  후기가 좀 더 기억에 남는다. 명상을 끝내고 차를 타주셨는데, 자아 / 상담과 관련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두 달 전인가? 김사월님 콘서트를 가서 '화살기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가 바라는 것을 기도로 화살처럼 계속 쏘아 올리고 잊어버리라는 이야기였다.


  진행자님은 '잊어버린다'라는 것에 주목하신 것 같다. 바라는 바를 쏘아 올리고 잊어버리지 않으면 에고가 발동하기 때문에, 이루어질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셨다.


  감정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머릿속에 이미 다 있지만 감정에 말려 표현하고자 하는 바나 진행하려고 하는 일이 막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문예창작학과 재학 시절에 합평을 하는 동안 '꿈'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 이 과정도 암시-상상을 통한 이미지 놀이였지만, 꿈과 그 구조가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내 역량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보다 정돈된 형태로 구현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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