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수업은 4월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발표된 하이틴/범죄 드라마다. 여태껏 한국 드라마가 이런 시도를 했던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 내용이 파격적이고 적나라하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인상 깊었던 캐치프레이즈 중에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있다. 이 부분에서 인간 수업은 위험하다. 범죄에 빠진 청소년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나'에 대한 서사가 담겨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 것 VS 불편하지만 누군가는 말해 아 하는 이야기' 사이에서 감독은 '연출 인생이 끝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후자의 편에 선 것 같다. 확실한 건 '인간수업'은 문제작이고, 넷플릭스가 없었더라면 국내에서 나올 수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매체는 새로운 작품을 낳고, 새로운 작품은 새로운 인간형과 사회 문제에 날카롭운 통찰을 내놓는다. 감독의 말대로 '젊은 작가가 무서운 작품을 썼다.'
본격 mbti 이야기!
어려운 문제는 잠깐 미뤄두고 인간수업의 두 주인공 '오지수'와 '배규리'의 MBTI성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내가 MBTI에 과몰입한 영향도 있지만, 이 작품만큼 캐릭터에서 MBTI성향이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드물다.
오지수가 사회문제 동아리에 가입하게 되면서 둘은 빠른 속도로 가까워진다.
의아한 담임선생님이 두 학생의 기록부를 들추며 비교하는 장면에서도 두 사람의 성향이 잘 드러난다. 두 사람은 교내에서 각각 인싸(배규리)와 아싸(오지수)를 담당하고 있지만 '고지능'과 '저감성'이라는 면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즉 둘 다 사고기능(T)을 사용하며, 주 기능이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포스팅한 MBTI 게시물이나 MBTI 매트릭스에 대입해 볼 때 오지수는 INTJ 유형, 배규리는 ENTP 유형 같다. INTJ 유형인 가상인물 분석은 이전에 넷플릭스 드라마인 '위쳐' MBTI 분석에서도 해본 적이 있다.
주기능"N(e)" 부기능 "T(i)" 3차 기능 "F(e)" 열등기능 "S(i)"
주 키워드는
1. 독특하다
2. 지적이다
3. 일을 잘 벌인다
배규리는 작중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운영하는 엘리트 부모를 둔, 부유한 집안의 장녀로 겉보기에는 원만하다 못해 우월하기까지 한 입지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규리를 둘러싼 사회나 학교, 가족은 편안하거나 만만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부모의 입장에서 규리는 일종의 트로피이며, 사업의 수단 정도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사회(학교)-학생, 부모-자녀 관계에서 '나다운 삶' '자신'을 찾지 못한 규리는 인간수업의 슬로건처럼 잘못된 선택에 목숨을 건다.
ENTP 주 기능을 외향 직관으로 하며 열등 기능은 감각(내향)이다. MBTI는 대극 이론이고, 직관과 감각은 "인식 기능"에서 상호 대 극하는 관계다. 즉 감각으로 보는 세상과 직관으로 보는 세상은 상당히 다르다. 융은 이 인식 기능의 차이를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벽'이라고까지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배규리는 작중 인싸 오브 인싸로 외향적인 사람의 특징을 보여준다. 오지수와는 달리 신체활동에도 적극적이고, 꾸미기를 좋아하며 선배나, 선생님, 회사 관계자, 심지어 조폭까지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데 스스러움이 없다.
다만 이 관계를 맺는 방향이 도덕적이거나 바람직한 방향과는 거리가 있는데, 이는 현재 규리가 처한 상황과도 관련이 깊지만, 저감성(F)에서 오는 '인간관계 무관심'도 한몫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규리의 3차 기능인 F(e), 외향 감정의 경우 다른 사람의 감정을 헤아리는데 특화된 기능이다. 오지수도 만만치 않은 소시오패스이지만, 어떤 장면에서는 배규리가 더 사고/이성에 가까운 판단을 내리는 장면이 종종 보이기도 한다.
그 인간(오지수의 아버지), 바지사장(오지수의 사업 파트너(?)), 연삐(비급 연예인 지망생), 쟤들(친분이 있는 유도부 선배들) - 규리가 관계를 지칭하는 말들이다. 거의 유일하게 오지수만이 '오지' 또는 '남친'으로 불리며 긍정받고 있다. 여기에는 서로 상당히 달라 보이지만, 같은 NT(관념주의자) 유형이 갖는 동질감이 크게 작용한다. 그 사용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같은 것을 보고 있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통한다"라고 하는 감정을 느꼈을 수도 있다.
같은 것을 본다고 해서 그것을 똑같이 활용하라는 법은 없다. 배규리가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은 상당히 외향 직관적이다. 오지수가 '뭘 할지, 무엇을 할지'미리 생각하며 신중하게 직관을 사용한다면 배규리는 그때그때 자신이 보고 있는 방향에 충실하다.
배규리는 이 과정을 매우 즐기는 듯하지만, 내향 직관에 에너지 방향도 내향에 가까운 오지수에게 이는 매우 곤욕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보면 배규리가 사고를 치고 -> 오지수가 수습을 하는 그림이 자주 나타난다.
그런 쪽에서 외향 직관은 내향 직관보다 순발력이 뛰어난 것 같다. 번개 같달까? 그래서 외향 직관은 브레인스토밍 같은 활동도 선호한다. 예전에 만들어 둔 ENTP 빙고를 보면서 비교해봐도 해당하는 부분이 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