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MBTI가 유행하면서 재미로 접근할 수 있는 여러 심리검사가 등장했다.(개인적으로도 다 재밌게 했다.) 주로 몇 가지 문항에 응답을 하고 나면 나의 성격을 종합해 알려준다. 꽤 잘 맞아서 친구들끼리 하면 특히 재밌다.
2018년 직업상담사 취득 이후 취업해 상담업을 시작하면서 19년 MBTI 일반 강사 교육을 받고 심리검사를 도운 적이 있다. 하지만, 역량이 부족해 금방 그만두고 2020년부터는 산학협력 학점은행제 3학년으로 심리학과에 편입하게 되었다.(내년이면 4학년이다!) 1년간 짧은 시간이지만, 큰 맥락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진지하게 보자면 MBTI는 결점이 없지 않다. 직관적으로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하고, 대중화된 덕에 여러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도 있지만, 종종 여기에 과몰입해 소위 T(사고)-병이라는(무례한 행동을 하고 난 뒤 난 T니까- 그리고 너희 감정형들은 ~) 소위 컨셉충이 등장하기도 하고 밈중에서도 '공부 잘하는 유형'과 같은 레퍼런스를 알 수 없는 밈이 무분별하게 나돌아다닌다.
어떻게 보면 도구의 문제라기보다는 사용자의 문제에 가깝다. MBTI 협회에서는 사용과 해석에 있어서 많은 제한을 두고 있다. MBTI의 특장점 중 하나는 여려 운 것을 쉽게 나타내 보여준다는 점이다. 거꾸로 말하면, 성격이란 원래 어려운 것이다. 이게 너무 쉽고, 선명하고, 간단해 보인다면 의심부터 하고 보는 게 맞다.
도대체 성격이 뭘까?
근현대적 의미의 심리학은 역사가 그렇게 깊지 않다. 현대 심리학을 주창했다고 볼 수 있는 사람은 '빌헬름 분트'(Wilhelm Wundt, 1832~1920)다. 철학에서 분리되어 뒤늦게 발달한 것이 관심분야를 빠르게 확장해 생명과학, 사회과학, 행동과학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구분할 수 있는 심리학의 종류는 크게 5가지다.(이 외에도 엄청 많고 다양하다.)
1. 생명의 전 생애를 살펴보는 '발달 심리학'
2. 집단 내 상호 관계를 알아보는 '사회 심리학'
3. 인간의 인지를 살펴보는 '인지 심리학'
4. 뇌와 신경계 등을 연구하는 '생리 심리학'
5. 그리고 '성격심리학'이 있다.
성격은 다양한 상황에서 인지, 동기, 행동에 독특하게 영향을 미치는 역동적이고 개인적인 특징들의 조합이다. Rychman, 2013
물론 모든 학문을 깊이 있게 완전히 마스터하기란 어렵다. MBTI 협회에서도 여러 개의 도구를 조금씩 하는 것보다 하나의 도구라도 깊게 파서 사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단지, 이런 식으로 다양성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성격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
영어에서 개인을 칭하는 'individual'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individuus ("나눌 수 없는, 나뉘지 않은")에서 왔다고 한다. 성격을 구성하는 '특직적인 사고', '독특성', '일관성', '안정성', '내면조직체'와 같은 부분이 개인, 개인성을 구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모든 이야기는 나(주인공)이 - 개성화를 시작하거나, 개성을 보여줌으로써 전개된다.
요점은 '성격'이라는 게 심리학에서도 폭넓고 다양하게 다루고 있는 주제이며, 어려움을 동반하는 주제다. 시중에 유통되는(?) 심리 테스트는 놀이로서의 가치는 있지만,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해 준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는 MBTI나 빅5와 같은 공신력이 있는 검사에도 어느 정도 해당하는 부분이 있다. 앞서 MBTI 전문가분의 말씀처럼, 검사 결과에 자신을 가두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장인에게 망치는 훌륭한 도구이지만, 5살짜리가 들었을 때는 위험한 장난감일 뿐이다. 지금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내가 어떻게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지 확인하는 도구 정도로 대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추신
MBTI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으로써 MBTI를 무작정 비판하고 싶지도 않다. 바쁜 현실을 살아가는 개인이 얼마나 자기 자신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나 생각해보면, 처참할 정도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MBTI 유행도 이와 연관되어 있다고 봄) 완전무결한 형태는 아니지만 다양한 방식과 언어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은 참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