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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Jun 19. 2021

큐플릭스 - 태양의 서커스 Part.2

(연재소설/판타지/웹소설) 내가 역겹다고 생각하나?

처음부터 보기 1편 링크

https://brunch.co.kr/@qrrating/227 





  서커스단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뭔 줄 아나? 재주가 쓸만해진다 싶으면 단원들이 빠져나간다는 거야. 초대 단장은 그런 면에서 천부적이었지. 나가려고 하면 전부 쏴 죽였거든. 2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거리에 부랑자 장애인들이 넘쳐났을 때 단장은 그런 치들을 긁어모아 우리 서커스단을 만들었어. 유방이 세 개 달린 여자, 샴쌍둥이, 남녀의 성기를 모두 가진 사람, 난쟁이들. 사람들은 우리 서커스단을 ‘괴물 서커스단’ 이라고 불렀지. 중요한 사실은 사람이란 언제나 구경거리를 원한다는 거야 전쟁 통에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면서 우리에게 돈을 써댔지.


  단장은 서커스단을 좀 더 근대적인 모습으로 바꾸고 싶어 했어. 괴물 같은 녀석들을 치워버리고 아이들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기술자로 만들었지. 많은 자본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어. 화려한 막사에 놀라운 기술, 특히 중국에서 돈을 긁어모으면서 ‘괴물 서커스단’은 ‘태양의 서커스단’이 되었지. 아이들이 좋은 건 간단해, 가르치기 쉬운 데다 아무것도 모르니까. 아이들은 자라서 큰돈을 벌어들였고 온전히 우리 서커스단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었어. 그런데 TV가 대중화되면서 이런 식의 운영은 투자에 비하면 별 재미가 없었지.


  3대째 서커스단을 이어받으면서 나는 본질에 집중했지 사람들은 언제나 구경거리를 원하니까. 모스크바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배우고 역사를 공부했어. TV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일류가 아닌 서커스단은 전부 망하고 말았지만 우리는 망하지 않았어. 초대 단장처럼 단원을 쏴 죽이거나 2대 단장처럼 노동력을 착취하지도 않았지. ‘인권’이 중요시되는 세계니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게 있긴 하더군.


  스티브 잡스를 좋아해 ‘사람들은 우리가 뭔가를 보여주기 전까지 자신들이 뭘 원하는지 모른다.’ 멋진 말이지.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는 세상은 한 세기 전에 끝났어. 적어도 이 분야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해야 하지. 나는 단원의 수를 최소한으로 줄였어. 연극적인 요소를 도입하고 한명 한명을 예술가로 길러냈지. 그럴싸한 광고를 만들고 투자를 받아내고 표정 하나, 떨림 하나까지 캐치할 수 있는 고성능 카메라를 도입했어. 선택과 집중. 멋진 말이지. 


  아스테이아 말인가?


  로마 제국의 멸망, 종교전쟁과 마녀사냥, 프랑스 대혁명의 공통점이 뭔 줄 아나? 전부 소규모 빙하기에 발생했다는 거야. 현실은 빙하기만큼 냉혹하지. 어제 귀족이던 여자가 내일 창녀가 되는 건 놀라운 일도 아니야.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결혼이 있어. 영국 왕족은 권력과 재산을 독점하기 위한 근친혼 때문에 유전병에 시달리고 러시아에는 여자를 납치해 결혼하는 약탈혼이 있었어. 일부다처제는 중동에서 흔해. 매년 1,4000명의 소녀가 18세 이전에 강제로 결혼하기도 하지, 당신네 나라에도 조혼이 있었다더군. 난 아이들을 좋아해. 가르치기 쉬운 데다 아무것도 모르니까.



  아스테이아는 내 정당한 노동의 대가였어. 나는 최소한, 아스테이아를 자유롭게 두었지. 어제는 ‘인민의 영웅’이었던 아버지가 하루아침에 변절자로 처형당하고 따라 죽게 될 운명이었던 소녀를 내가 구원한 거야. 마리아를 구원한 예수처럼.


  내가 역겹다고 생각하나? 하지만 누구에게나 취미는 필요한 법이야. 이런 작은 쾌락조차 없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겠나?


  아스테이아가 누구와 뭘 하든 자유롭게 둘 생각이야. 난 좋은 사람이니까. 



  

예고편 : 나는 단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아스테이아와 탈출을 위한 계획을 세운다.


다음화 링크




https://open.kakao.com/o/s5iB5Tj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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