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앞으로 출판 간 원고 작성 시 개선할 점
e북, pod 종이책 출간에 앞서 평소 블로그를 통해서만 대부분의 글을 써왔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다루는데 그렇게 익숙하지 못했다. 유튜브 등을 통해 어깨너머로 익힌 바로 가장 유용한 부분은 '제목' '부제' '본문'등의 탬플릿이 문서 프로그램에 다 정해져 있어서 이걸 이용하면 목차도 쉽게 만들 수 있고, 양식을 바꾸는 부분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부분이었는데 익숙지 않다 보니 실수가 많았다. 오타/검수는 인크루트 - 네이버 맞춤법 검사기를 통해 어느 정도 대체하였지만 처음으로 해본 작업인지라 의외로 저런 부분들이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평소에 공부 좀 해둘 걸 그랬다.)
문서파일을 책으로 만들려면= 자간, 행간, 표지 디자인, 종이 사이즈, 여백, 폰트, 폰트 크기 등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pdf로 할 것인지, epub으로 할 것인지도 고려를 해야 하고 보통 사람들은 이것에 대한 정보가 많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열정을 가지고 접근하다 보면 알음알음 눈 감고 코끼리 더듬기처럼 대충 형태를 눈치챌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되든 안되는 해보면 비교 군이 생겨서 다음에는 더 잘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2018년 아무 생각 없이 작업하고 자비출판했던 q초 단편선인데, 위와 같은 고려 없이 한글파일로 만들어서 인쇄소에 맡겼다. 직관적으로 써서 직관적으로 만들고 직관적으로 팔았다. 돈을 받고 판매한 권수는 정확히 1권이지만, 책의 형태로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뜻깊은 작업이었고 아무 생각 없이 만든 것치고는 구성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두 번째로 일반 출판사를 통해 2019년 소설 원고만 제공하여 엔솔로지(공동출간)을 한 적이 있다.(2019.07.15 '에이치'출판사 "3분 소설" 엔솔로지 공동 저자로 참여 필명 'Q' ) 원고료로 5만원을 받았고, 기성 출판사이기 때문에 편집 교열들은 완벽하겠지만 먼저 내가 낸 작품이 맘에 들지 않았고 엔솔로지 출판의 경우 '내 경력'으로 보기가 어려운 출판이다.(책이 잘 안되기도 했고) 이 활동으로 내가 뭔가를 배우거나 이익을 본 부분은 크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첫 번째 자비출판이 더 의미가 깊은데, 내 문예 창작학과 졸업 포트폴리오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당시 아이디어나, 이상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북과 pod도서를 출간하면서 마작가님을 통해 주제선정, 목자 짜는법, 기본적인 제작법등을 익힐 수 있었다. 그 결과로 거의 처음으로 실질적 성과라고 할만한, 제작-판매를 배울 수 있었다. 처음에는 MBTI로 해보려고 했는데, 몇가지 주제를 더 짚어보다가 '가스라이팅'이라는 주제로 책을 쓰게 되었다. 마침 상담일을 하기도 하는데다, 문예창작학과 졸업후 심리학과도 학점은행제로 이수중에 있어(현재 4학년 1학기 마침) 도전해볼만한 주제라고 생각했다. 이번 학기에는 학교폭력 상담사 자격증도 추가로 취득했다. 민감한 주제이긴 해도 할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였다.
덕분에 월급을 제외하고 '원고료'라는 낯설기 그지없는 수당이 하나 더 붙게되었다. 글로 돈을 번것은 1. 주문 소설을 써주고 건당 5000원 받기, 2. 엔솔로지에 원고 넘기고 5만원 받기, 3. 네이버 블로그에 글 열심히 써서 애드포스트 2020년 한해 50만원 받기, 4. 인터넷 사연 당첨 사은품 받기 정도였다가 '내 책'을 만들어 '판매'하기까지의 일렬의 과정을 경험해 보았다는 게 상당히 즐겁고, 또 낯선 경험이었다.
여기서 느낀 점은 큰 작업(주제를 잡는다거나, 목차를 작성한다거나, 원고를 쓴다거나) 하는 작업은 괴롭고도 즐겁지만, 익숙하지 않은 몇몇 단순 작업들은 까다롭고 - 까다로워서 끝까지 개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오탈자를 검수한다든지, 이미지, 글의 모양을 맞춘다든지 하는 부분이 그랬다. 1번, 자비출판을 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스트레스였다.
큰 맥락에 치중하다 보면 작은 곳에서 구멍이 나고 - 작은 곳에 집중하고 있으면 큰 맥락을 놓치는 기분이 들었다. 큰 맥락을 잘 잡고 작은 부분들을 차근차근 해결해야 하는데 거시적으로 보지 못하고 그 사이를 왕복 트레이닝 하듯 왔다 갔다 하면서 조바심을 느꼈다. 그런 과정 중에서 배운 점도 많았고
사용한 파일은 한글 / 워드 / pdf 등이었고, 한글은 익숙해서 - 워드는 호환성이 좋아서 - pdf는 어차피 이걸로 빼서 드려야 하기 때문에 사용을 하였고 개인적으로는 맥을 구매한 후 '스크리브너'라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통해 작업을 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한글에서 pdf를 빼면 최대 100페이지 밖에 나오지 않아 책 한 권을 온전히 빼는 게 불가능했고 - 그렇다면 한글에서 편집한 원고를 워드로 옮겨서 다시 pdf로 빼보고자 했는데 이 경우 양식이 비틀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2-3페이지야 쉽게 고치지 수백 페이지가 저렇게 되면 정말인지 현기증이 난다.
페이지스가 디자인에는 유리하다고 하는데, 역시 숙련도가 문제인 것 같다. 다음에 원고를 작성한다면 무엇이 되었든 하나의 프로그램을 좀 익숙하게 다루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책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자간'의 문제다. 한쪽 정렬일 때는 벌어지지 않았던 자간이 양쪽 정렬만 하면 갭이 발생한다. 이건 프로그램에서 양쪽 정렬로 맞추는 방법을 '글자와 글자 사이의 간격을 조정하는'것으로 해결할 때 발생한다는데, 아마 한글 작업을 하면서, 한글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XeLaTeX 엔진에 문제로 보인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때는 문단 모양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데, 후일담처럼 말하면 되게 쉬워 보여도 막상 편집할 때는 여유가 없어서인지 신경 쓰지 못했다. 처음 e북을 냈을 때는 이 문제를 한쪽 정렬로 바꾸어 해결했다가 종이책 pod를 만들면서 다시 양쪽 정렬로 바꾸니 전체적으로 보기는 좋아도 세부적으로 띄어쓰기가 보기 좋지 않은 결과를 보게 되었다.
아쉽지만 다음 책을 작업할 때는 이런 부분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진행해 보고 싶다.
최근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서 여러 가지 교육과정을 찾아보고 있다. 책 디자인은 국가기간전략훈련으로 채택되어 훈련비 전액을 정부에서 제공하는 듯하다. 마침 맥에 인디자인도 설치했고, 직장도 3년 근속까지는 하고 추이를 봐서 다른 일을 좀 해볼 필요성도 있는 것 같다. mbti와 관련하여 출판사에서 출간 제의가 있었는데 만화 장르라 글과는 또 다른 부담감이 있다.(그림을 못 그림..) 큰 것 / 작은 것 모두 쉬운 건 없다. 어떤 결과가 좋지 않다면 모두 내 역량이거니 하며 감수하고 나아갈 생각이다. 자간이 살짝 떨어진 것 빼면 이번 책은 질감도, 컬러도, 내용도 잘 나온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