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큐레 Jul 02. 2021

글을 쓰는 직장인으로 살면서 느끼는 장단점


    원생동물이 그렇듯 미끈한 형태로 살아가기보다는 일상을 머리, 가슴, 배와 같이 조직하고 패턴을 만들 때 좀 더 고차원적인 일을 해내기 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차원적이라는 것은 한 가지일, 한 가지 행동, 한 가지 말을 해도 거기에 얼마나 많은 요소들을 고려할 수 있느냐, 집어넣을 수 있느냐로 결정되는 것 같은데, 이게 적절하면 '신중함'이고 너무 많으면 우유부단해지기 쉬워서 이런저런 고려를 하더라도 종종 무식하게, 직관적으로 뭔가를 해야 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게 경험, 지표가 되어서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더 주는 것 같아요.(흔히 말하는 성공의 어머니가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의 역량에 따라서 이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는 분들도 있고, 저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까지 빠르게 진행되는 편이 아니라 많은 시행착오와 오랜 시간을 거치는 편입니다.


  저는 소설을 쓰고 있으니 소설을 예로 들어 '작가는 절대 자신의 지능보다 우월한 지적 수준의, 천재 캐릭터를 구현해내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건 절반만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에서 지적으로 영민한, 천재의 행동은 아주 짧은 시간에 다양한 차원에서 이루어지지만, 그것을 쓰는 작가는 몇 날 며칠이고, 심지어 몇 년이고 그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같은 원리로 대부분의 경우 인생에 있어서 성취는 오랜 기다림과 짧은, 결정적인 순간의 집중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작년 오늘 썼던 '직장인으로 살면서 느끼는 장단점'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1. 장점


  별 걱정이 없다.


  물론 일이 힘들거나 아직 신입인 경우는 논외로 하고 직장 생활에 이골이 나면 사실상 별 걱정이 없어진다. 오전에 하는 가장 큰 고민은 '점심에 뭘 먹을까'이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일상이 계속 이어진다.


  2.  단점


  별 걱정이 없다.


  멍게는 원래 아가미 눈 지느러미가 있는 생물인데 한번 뭍으로 올라와 바위에 붙어버리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눈/아가미/지느러미를 퇴화시기고 자기 신경계와 뇌까지 먹어버린다. 이미 자리를 잡아버린 데야 고등 기관을 구태여 유지할 필요가 없다. 귀한 에너지만 소비할 뿐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한번 점철되면 감각이 예민하고 변화에 잘 적응하며 활기차고 유연한 것보다는 정적이고 무감각하며 복지 부동한 일상을 보내게 될 확률이 높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일상이 계속 이어진다. 


  한 가지 일에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한다는 건 사실 큰 에너지를 뺏기는 일입니다. '디테일'이고, 일본어로는 '감바루'라고 하더라고요. 마감이라는 뜻이라는데, 이때는 정말 '이런 것까지 신경을 쓴다구?'라고 말할 정도로 아주 세세한 것까지 고려해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가능한 많은 요소, 많은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에 앞서서 예리한 감각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3년 차 근속하면서 사람이 망치처럼 변하긴 했는데, 기회가 될 때마다 책도 좀 읽고... 새로운 경험도 하면서 열심히 살아봐야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의 병과 불완전연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