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이미 잘 아시겠지만 보태니컬 아트는 식물학을 의미하는 단어 ‘Botanical’과 예술을 뜻하는 ‘Art’의 합성어로 주로 꽃이나 이파리(또는 그와 어울리는 요소들까지)를 그립니다.
예전에 낢이 사는 이야기라는 웹툰의 작가님이 '워매 인생이 회색빛이여'라는 말과 함께 취미생활로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하는 만화를 업로드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도 사주에 나무가 부족하여 배운다고 말은 했지만, 인생이 회색빛이라는 말에 동의하며 새로운 재주를 배워보는 것 같습니다.
진행 방식
처음 가서 당돌하게도 아이패드로 하면 안 되냐고 물어봤다가 종이와 연필을 받아냈습니다. 연필도 직접 깎아주셔서 정말 감사했고, 지도도 예시를 주시고 열심히 하고 있으면 오셔서 1:1로 친절하게 알려주셨어요. 아전구투판이라는 디시인사이드에서도 식물 갤러리는 평화롭다는데, 식물을 그리시는 분이라 그런지 나긋나긋하게 잘 가르쳐주셨습니다.
1. 선 그리기
처음 한 2시간은 선만 엄청 그렸던 것 같습니다. 4B연필과 HB 연필을 번갈아 썼는데 두 연필의 느낌을 정리해보면
4B 연필
무르고 부드럽다. 색이 진하게 나온다. 명암주기 좋은 것 같다.
HB 연필
단단한 느낌, 좀더 테크니컬(??)한 느낌이 든다. 명함을 씨게 주면 번들거린다.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런식으로 U모양을 겹친듯한, 말아서 주는 강세도 있는데 이건 꽃잎 끝에서 포인트를 주고 가느다란 선을 이으면 꽃 특유의 섬유질 섞인 느낌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만, 제가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로 한 게 구 그리기인데, 나선완을 처음 배우는 나루토처럼(그게 뭔데 십덕아!) 무지하게 손이 많이 갔습니다. 명암을 원형으로 주게 되면 나중에는 빛이 가장 강하게 비추는 곳, 하이라이트로부터 블랙홀처럼 보일 수 있으니 짧은 선을 여러 번 쳐서 그려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처음엔 원도 제대로 못 그려서 모과처럼 뭉개졌었는데, 선생님께서 손을 좀 봐주시고 이래저래 하다 보니 겨우겨우 원 비슷한 것이 형체를 갖췄습니다.(감사합니다 선생님1) 여기까지 4시간 정도 쏟고 드디어 꽃을 본격적으로 그려보았습니다.
그림!
카라
처음 그려본 식물은 '카라Calla'라고 불리는 꽃입니다. 간단하게 정리를 해보면
이름(학명)
Calla palustris / Zantedeschia
분포지역
남아공, 레소토, 스와질랜드
꽃말
열정, 청정
tmi
결혼식 부케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꽃이자 관의 장식에도 많이 사용되는 꽃이라고 합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입니다. 삶의 시작과 끝이라는 알레고리를 담고있다고 하네요.
느낀 점
누가 사주에 현침살이 있다고, 바늘이나 펜을 잘 다룰 것이라고 하였지만, 현실은 굵은 선으로 어설프게 덧칠해버리는 수준의 그림이 완성되었습니다. 형태를 잡는 것에 대해서도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만해도 미식축구 공을 그렸다가 하나하나 불려가면서(?) 원 비슷한 걸 만들었는데, 일상에서 다른 일을 하면서도 이 정도 왜곡은 늘 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의심도 해보면서 수업에 참여했더랍니다.
사실 잔잔한 음악에 연필에 흰 종이를 두고 계속 선을 긋고 있으면 생각이 평소보다는 많이 사라집니다. 선생님도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생각이 많을 때는 손을 바삐 움직여야 한다고..
응용방향
사실 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서울 오랑이라는 지자체 청년 지원 홈페이지에서 뭔가를 신청할 수 있는 모양이라 이걸로 참여를 해보려고 해요. 이건 다음 포스팅 때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