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도 너무 가볍게 흘러가는 것 같다. 올해가 벌써 100일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나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같은 데가 아니라 정말 달라지는 게 많지 않다. 먹던 음식을 먹고 만나던 사람을 만나고 다니던 직장을 다닌다. 그리고 듣던 음악을 계속 듣는다.
les adult trouble을 프랑스어로 번역해보니 '혼란스러운 어른들'이라는 문구가 나왔다. 영어로 바꾸니 '어른의 문제'라는 문구가 나오고, adult를 adulte로 바꾸니 '정신 장애인'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who에서 통조림을 불량식품 중 하나로 선정했다. 통조림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비타민이 파괴되고 단백질이 변형된다. 같은 형태로 장기 보존할 수 있다고 해서 본질이 같은 게 아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생물을 통조림으로 만들 수는 있지만, 통조림을 생물로 돌이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의 삶에 있어서도 이처럼 생기를 잃는 순간이 언젠가 필연적으로 찾아온다면, 받아들여야지 별 수 가 없는 것이다...!
여담으로 튀긴 음식, 숯불구이, 인스턴트도 불량식품으로 선정했던데 이런 걸 다 포기한다면 오래 살 수야 있겠지만, 이래서야 딱히 오래 살 이유가 없다.
내 짧은 독서력으로 현대 사회는 점차 물리적인 공간과 무게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4층짜리 도서관은 밀리의 서재로 대체되었다. 이제 음악은 다운로드조차 하지 않는다. 제목만 알고 있으면 온갖 스트리밍 사이트나 유튜브, 사운드클라우드같은 사이트를 통해 들을 수 있다. 20대 초반에 음반사에서 잠깐 일하면서 모아둔 cd는 한구석에 처박혀서 먼지가 쌓인다. 그렇다면 그렇게 음악을 듣는 경험은 본질적으로 같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신경 쓸게 너무 많아 생각을 놓는다.
좋아했던 것을 다시 찾아보는 일은 통조림을 다시 생물로 바꿔보려는 노력이 아닐까 싶다. 결론은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고 다른 방식의 가공(또는 가미?)가 더해진다. 블로그의 '음악*가사해석' 카테고리를 이미지 형식으로 바꾸고, 그 형식에 맞게 대표 이미지들을 모두 추가했다. 몇몇은 가사를 덧붙이고 수정했다. 아직까지 듣는 음악도 있고, 듣지 않는 음악도 있다.
얼마 전 인상 깊게 본 드라마 D.P에서 호열을 연기한 구교환 배우님은 음악에도 관심이 많은데, 음악을 두고 3분 안에 사람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예술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나도 거기에 동의한다.
이미지들을 다 모으고 보니 이미지들 사이에 어떤 연결성, 취향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눈에 들어와서 오랜만에 마음이 동했다. 리프레쉬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