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는 단순한 심리검사라기엔 밈적인 인기를 얻어가면서 각종 파생상품(?)과 열화를 거치면서 그 신뢰성에 의문의 가지는 사람이 많아졌다. MBTI 협회에서 교육을 받다가 얼떨결에 심리학과에 편입해 졸업을 앞둔 지금 이유를 생각해보면
첫째 밈적인 인기에서 비롯한 신뢰하기 어려운 간이 검사와 빙고, 또는 주변사람의 추측(궁예!)로 MBTI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러한 검사들은 신뢰도와 타당도 평가를 거치고 만들어진 것이 아닌, 여흥거리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어째서인지 공식적인 MBTI검사와 한데 싸잡혀 "그거 잘 안맞던데?" "21세기 혈액형 심리"와 같은 오명 아닌 오명을 쓰게 된 셈이다. 물론 MBTI 검사가 그 신뢰도와 타당도가 다른 검사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정도로 형편없지는 않다.
mbti는 융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마이어&브릭스 모녀가 방 하나를 표본으로 채워가며 만들긴 했지만, 당시엔 빅데이터도, '신뢰도' '타당도'개념도 없었다. 뒤늦게 적용해본 결과 한국/미국 검사-재검사 신뢰도 8.0 이상으로 유사과학 수준은 아니다.
둘째로 심리검사의 검사 과정은 공식적인 경우 대부분 심리검사-심리평가의 과정을 거친다. 심리평가에는 해당 심리검사의 전문가가 상담을 통해 검사를 통해 받은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여기서 검사 시 느낀 의문점이나, 검사를 한 목적에 의한 상담 같은 것이 이루어지는데 간이검사의 경우 검사 결과는 주어지지만, 전문가에 의한 심리평가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반쪽짜리라는 한계도 존재한다.
셋째로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것, 불확실한 것을 유독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정점에 있는 게 타인, 인간관계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MBTI는 문득 이러한 관계와 타인에 대한 관점을 상당히 간명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과몰입의 단초를 제공한다. 검사 결과 하나로 타인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면서 말 그대로 궁예가 되는 수가 있다. MBTI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 아주 단순한 지표를 가지고 "너가 그래서 그렇지"와 같은 매도(?)를 경험한 적이 있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오지랖은 종이 한 장 차이이며 이 경우 관심이라고 볼 수도 없는 게 깊게 알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니 만들어진 하나의 모델을 가지고 간편하게 상대방을 재단한 것이다. 딱 거기까지인 셈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사람의 성격은 16가지로 단순히 나뉠 수 없다.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에서 수단으로 쓰일 수는 있어도 그 수단이 전부는 아니라는 점! 여러분 모두 아시리라고 생각한다. 명과 암이 있긴 해도 나는 MBTI가 서로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불러오는데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이해를 위해서는 그 사람이 가진 독특성과 유일성이 무엇인지도 주목해보자 그것은 단순히 질문과 답을 오가는 자기 보고형 검사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