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판타지/웹 소설)
우리의 관계는 덜어낼수록 아름다웠다.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기대를 덜어냈던 순간이었다. 마치 뼈를 발라낸 생선처럼 간편하고 부담 없었으므로, 우리 사이에는 제법 탄력성이라고 부를만한, 즐거운 무례함이 오고갔다. 스스럼없이 거친 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그런 사이가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성이었던 것이다.
아주 기대가 없지는 않았다, 우리 사이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모든 관계를 이렇게(또는 이따구로) 구성할 생각은 아니었다. 나는 내가 만든 정원을, 그리고 세계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 마법사를 기다린다.
미와는 그럴때면 너는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하는 거라고, 너는 너만 나를 감당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도 너를 아주 충분히 감내하고 있기 때문에 겨우겨우 이어져있는 것이고, 이정도로 너를 감당할 수 있는 존재(사람도 아니다)는 아주아주 드물 것이라는 저주와 함께, 더 정확히 말하면 나(미와)는 원래부터 정원에 있었고, 같은 정원을 매개로 원자처럼 역동할 뿐이라는 말을 보탰다. 내가 '그럼 꺼지시던가'라고 비아냥 거려봐도 미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또 고라니 밥상을 준비하는 것인가?"
내가 고라니가 파괴한 정원을 복구하는 동안 미와는 매우 즐겁다는 듯 나를 지켜보았다. 나는 몇시간을 고심하고 또 고생하여 온갖 요소들을 제 위치에 가져다 놓는다. 그것이 당장 사는데 별 효용이 없는 행위라 할지라도 노력해보는 것이었다. 고라니의 밥상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마법사들은 알고 있을테다. 용 한마리를 소환하려면 몇 년에 걸친 마법진 그리기 훈련이 필요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쥐, 개구리, 닭, 돼지, 고라니(고라니는 가급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가 튀어나오는 법이다. 이 정원은 내가 그리는 마법진이고, 모종삽은 완드이고, 나는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오늘도 위치햇을 덮어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