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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플릭스 - 미와는 정원에 있다 Part. 3

(연재소설/판타지/웹 소설)

by 허블



우리의 관계는 덜어낼수록 아름다웠다.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기대를 덜어냈던 순간이었다. 마치 뼈를 발라낸 생선처럼 간편하고 부담 없었으므로, 우리 사이에는 제법 탄력성이라고 부를만한, 즐거운 무례함이 오고갔다. 스스럼없이 거친 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그런 사이가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성이었던 것이다.

아주 기대가 없지는 않았다, 우리 사이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모든 관계를 이렇게(또는 이따구로) 구성할 생각은 아니었다. 나는 내가 만든 정원을, 그리고 세계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 마법사를 기다린다.

미와는 그럴때면 너는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하는 거라고, 너는 너만 나를 감당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도 너를 아주 충분히 감내하고 있기 때문에 겨우겨우 이어져있는 것이고, 이정도로 너를 감당할 수 있는 존재(사람도 아니다)는 아주아주 드물 것이라는 저주와 함께, 더 정확히 말하면 나(미와)는 원래부터 정원에 있었고, 같은 정원을 매개로 원자처럼 역동할 뿐이라는 말을 보탰다. 내가 '그럼 꺼지시던가'라고 비아냥 거려봐도 미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또 고라니 밥상을 준비하는 것인가?"

내가 고라니가 파괴한 정원을 복구하는 동안 미와는 매우 즐겁다는 듯 나를 지켜보았다. 나는 몇시간을 고심하고 또 고생하여 온갖 요소들을 제 위치에 가져다 놓는다. 그것이 당장 사는데 별 효용이 없는 행위라 할지라도 노력해보는 것이었다. 고라니의 밥상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


마법사들은 알고 있을테다. 용 한마리를 소환하려면 몇 년에 걸친 마법진 그리기 훈련이 필요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쥐, 개구리, 닭, 돼지, 고라니(고라니는 가급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가 튀어나오는 법이다. 이 정원은 내가 그리는 마법진이고, 모종삽은 완드이고, 나는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오늘도 위치햇을 덮어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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