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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Sep 20. 2021

영화 드라마의 주변 등장인물에 대한 소고

  요 며칠 시간이 날 때마다 엑셀로 그동안 봐온 영화나 만화, 드라마의 제목, 연도, 등장인물, 감독, 소개 글을 모아보고 있습니다. 재밌는 건 등장인물 중에서 인명도 직업도 아닌 매우 독특한 이름으로 명명된 캐릭터가 있다는 것입니다. 주로 특정 장면에서 특정한 행동을 하는, 대사가 없거나 거의 없는 인물이 주류를 차지합니다. 예를 들어 매트릭스에서 네오에게 수저를 구부려 보이는 소년은, 등장인물 소개에서 '스푼 보이'로 등장합니다.




소년 : 숟가락을 구부리려 애쓰지 말아요. 그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대신 진실을 깨달으려 노력하세요.

네오 : 무슨 진실?

소년 : 숟가락이 없다는 것.

네오 : 숟가락이 없다고?

소년 : 그러면 구부러지는 것은 숟가락이 아니라, 당신임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이들은 영화나 드라마의 주변부에서 예기치 않은 핵심을 던지고 홀연히 사라 지기기도 하며, 그 영화만이 가지는 독특한 정서를 환기하기도 합니다. 가령 영화 아가씨에 등장하는 '코우즈키 지게꾼'이라는 역할은 코우즈키가 인간에 가지는 태도 전반을 한 컷으로 압축시켜놓은,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 등장하는 '마츠코의 이웃', 덩케르크의 '떨고 있는 병사', 블레이드러너의 '파일 담당자', 허트로커의 '검은 양복 남자', 기생충의 '취객1', '길거리 시비남', '모던보이의 '여유 되는 남자' 추격자의 무수한 조연들, 제대로 된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할 정도로 큰 줄기 밖에 있지만, 마냥 가볍게만 볼 수 없습니다. 


  한 웹툰의 주인공은(건너들어 제목을 알지 못합니다. 나중에 추가해볼게요.) 자신이 웹툰 세계 안의 '조연'임을 스스로 자각합니다. 심지어 남자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역할로 등장하죠. 이후 그 웹툰의 '주인공'은, 웹툰 세계 안의 남자 주인공이 아닌 자신이 사랑하는 다른 사람을 찾아 움직입니다.  


  이러한 서사는, 그리고 주변에 대한 관심은 삶에 주도권을 잃었을 때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엑셀 정리가 끝나면 주도적으로 써볼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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