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TI : INFJ
### 키워드 : 상처, 시선
### 하고 싶은 말 : 심리
구름의 모양을 맞추는 걸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하늘의 구름을 보면서 강아지 모양, 토끼 모양 흔치 않게 별 모양 등을 발견하고 나면 들뜬 기분으로 친구나 부모님께 말을 하곤 했었는데, 이젠 혼자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곤 만다.
오늘도 밖을 나서는데 딱 그런 구름을 하나 발견했다. 누가 봐도 고래 모양이라 이번엔 사진을 찍곤 친구들 단톡방에 올려보기도 했다. 금방 답장이 왔다.
"구름이 가지 모양이네?"
"구름이 그냥 구름이지 무슨 ㅋㅋ"
"아니 저건.. 말하기가 좀 그렇다"
"뭐야?"
온갖 의견들이 오가는 가운데 고래가 한 마리도 없다. 기운이 빠진다. 그렇게 고래인지 가지인지 모를 구름을 한 번 더 쳐다보고 회사로 향한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고래다.
회사에 도착해 자리를 정리하고 pc를 켜는데 팀장님이 들어오는 게 보인다.
"안녕하세요 팀장님"
인사를 건네고 눈을 마주쳤는데 슬쩍 쳐다보더니 쓱 지나쳐 본인 자리에 가 앉는 게 아닌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표정을 보진 못했지만 내려다보는 시선이 너무 차가웠다. 팀장님 자리에서 빠르게 키보드를 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보낸 초안에 문제가 있나? 내가 뭔가 실수한 게 있는 건가? 왜 인사를 안 받아 줬지? 그저께 한 그 실수 때문에 아직까지 화가 안 풀린 건가? 여러 생각들이 먹구름처럼 머릿속을 헤집고 들어온다. 경고 메일이라도 쓰고 있나 싶은 최악까지 다를 즈음 팀장님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해 급하게 보내 달라는 게 있어서 인사도 못 받았네"
"괜찮아요..! 바쁘신 것 같았어요."
이제 서야 마음이 놓인다. 영화 올드보이에 사람은 상상력이 있어서 비겁해진다는 대사를 들은 적이 있다.(보다가 너무 잔인해서 꺼버렸다.) 팀장님이 말하지 않았으면 3년 전에 한 잘못까지 떠올릴 뻔했다. 어쩌면 친구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구름은 그냥 구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