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시간
희미한 불빛 아래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까만 밤에
이순간엔 눈을 감아 어둠 속을
날아 어딜지는 모르지만
익숙한 몸짓을 따라
네 곁으로 돌고 돌아
불을 밝혀줘 woo 그대뿐이야
유일한 나만의 불빛
은 너야 그대뿐이야
하루가 끝날 시간
허무한 내 맘속엔
너의 마음이 비치지
않는 깜깜함에
이순간엔 눈을 감아
어둠 속을 날아
어떨지는 모르지만
잊혀지지 않을 순간
이곳으로 돌고 돌아
불을 밝혀줘 woo 그대뿐이야
유일한 나만의 불빛
은 너야 그대뿐이야
불을 밝혀줘 woo 그대뿐이야
유일한 나만의 불빛
은 너야 그대뿐이야
어젠 아무것도 하질 못했네
하루 종일 담배만 물고 있었네
나는 너를 떠 올려 보곤 했었지
그런 어제들이 늘어 가고
나는 숨겨야 하는 것들이 늘어 가고
그대 나를 죽여줘
그대 나를 죽여줘
내가 가지 못하게
내가 가질 수 없게
내가 커지지 않게
어젠 아무것도 하질 못했네
하루 종일 담배만 물고 있었네
나는 너를 떠 올려 보곤 했었지
그런 어제들이 늘어 가고
나는 숨겨야 하는 것들이 늘어 가고
그대 나를 죽여줘
그대 나를 죽여줘
내가 가지 못하게
내가 가질 수 없게
내가 커지지 않게
또 사람 죽는 것처럼 울었지
인천공항에서도 나리타공항에서도
울지 말자고 서로 힘내서 약속해놓고
돌아오며 내내
언제 또 만날까
아무런 약속도 되어있지 않고
어쩌면 오늘 이후로 다시 만날 리 없는
귀한 내 친구들아
동시에 다 죽어버리자
그 시간이 찾아오기 전에
먼저 선수 쳐버리자
내 시간이 지나가네
그 시간이 가는 것처럼
이 세대도 지나가네
모든 것이 지난 후에
그제서야 넌 화를 내겠니
모든 것이 지난 후에
그제서야 넌 슬피 울겠니
우리가 먼저 죽게 되면
일도 안 해도 되고
돈도 없어도 되고
울지 않아도 되고
헤어지지 않아도 되고
만나지 않아도 되고
편지도 안 써도 되고
메일도 안 보내도 되고
메일도 안 읽어도 되고
목도 안 메도 되고
불에 안 타도 되고
물에 안 빠져도 되고
손목도 안 그어도 되고
약도 한꺼번에 엄청 많이 안 먹어도 되고
한꺼번에 싹 다 가버리는 멸망일 테니까
아아아아 아아아 아아 너무 좋다
아아아 아아아 아아 깔끔하다
시티 팝은 1980년대 일본 버블경제 당시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들이 최고급 음악 장비들을 미국 등지에서 사 오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출발한 장르입니다. 스크랩한 음악 중에는 '불을 밝혀줘'가 시티팝 감성에 가장 가까운 노래라고 할 수 있어요. 명확한 규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주로 도회적인 감상, 사적인 감성이 화려한 반주와 함께 표현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백예린, Dosii, 유키카 등등 시티팝의 감성을 공유하면서도 아티스트 별로 각자 결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각기 다른 아티스트를 한 장르로 묶는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보수동 쿨러는 장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멜랑꼴리함 속에서 피어나는 명랑함'을 지향하고 있어요. 사적인 감정을 내밀하게 표현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아티스트입니다.
그중에서도 문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랑의 '환란의 세대'는 도시/현대의 문화적 맥락에서 악의 꽃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입니다. 악의 꽃을 쓴 보들레르는 프랑스 파리의 퇴폐를 시로 풀어낸, 도시문화에 대한 통찰과 전복적 감수성을 최초로 보여준 시인이에요. 짓눌려있는 사적이고 내밀한, 말하기 힘든 감정을 도발적으로 풀어낸 이랑의 음악은 도시 안에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어린 러브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