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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Aug 20. 2022

단편영화 LTERATION1 반복되는 방탈출 게임


  방을 탈출하기 위해 과제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여자는 무수한 노력을 거듭한다. 기회는 1분간 주어진다. 1분을 넘기면 쓰러지고, 다시 깨어나 동일한 작업을 한다. 타임어택을 목적으로 하는 컴퓨터 게임처럼, 프렉탈처럼 반복되는 과제다. 그 과정에서 여자는 어느 순간 노력이 부정당함을 느끼고 좌절에 빠진다. 


  실존주의의 핵심은 개인의 자발적 선택에 있다. 현대 사회는 많은 것을 결정해 준다. 학교에서는 시간표를 짜주고, 회사에서는 주어지는 일정이 있다. 기껏 하는 고민이라고는 점심에 뭐 먹지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럼 우리는 작은 선택조차도 외부에 의탁하고, 의탁하고 있다는 자각조차 하지 못한다.


  여자는 우연한 계기로 벽 그 자체를 부수게 된다. 정해진 경로를 벗어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카메라는 거기서 조감도를 찍듯이 멀어지는데, 주인공을 중심으로 벌집처럼 무수한 방들이 펼쳐진다.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주인공은 절망할까? 


  방마다 주는 과제를 행했던 주인공이라면 아마도 절망했겠지만, 다른 이와 함께 벽을 부수는 주인공이라면 다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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