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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Aug 22. 2022

나는 좆됐다. I'm pretty much fucked




  맥주는 첫 문장, 소설은 첫 모금이라고 인간실격, 안나 카레니나, 이방인 모두 인상 깊은 첫 문장으로 유명한 소설이지만, 한가지를 꼽지면 마션의 첫 문장을 꼽고 싶습니다.


  I'm pretty much fucked, '나는 좆됐다.'라는 초월 번역으로 국내에 출판된 소설입니다.


© Soumayla, 출처 OGQ 본 이미지는 영화화 관련이 없습니다.


  마션에서 마크 와트니 박사는 화성에 불어닥친 폭풍에 고립되어 탈출하는 동료들의 우주선에 탑승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식물학 박사로써 감자를 키우고, 로버(자동차)와 패스파인더(옛 통신장치)를 이용해 좆 된 상황을 극복하고자 애씁니다.


  그 결과로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주거를 해결하며 지구상의 수많은 석학들과 협동하게 되는 기적을 만들어 내죠.


  제가 군 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돌아가기 전, 마션을 정말 인상 깊게 보았어요. 곧장 서울에 독립하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이 풍요로운 지구에서도 이렇게 힘들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마크 와트니 박사는 저의 정신적 지주(ㅋㅋㅋㅋ)가 되어주었어요. 기왕 생각난 김에 전역일 하루는 하루 종일 감자만 먹는 감자절을 만들어 봐야겠네요.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은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드는 생각입니다만, 여기는 화성도 아니고 주변에 많은 좋은 사람들이 있으므로 비교할 수는 없지 싶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하나 꼽자면


© WikiImages, 출처 Pixabay 본 이미지는 영화화 관련이 없습니다.


  일종의 전기차인 로버가 구조 장소를 향해 좀 더 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크 박사는 히터를 끈 채로 주행을 감행합니다. 하지만 영하 수십 도에 달하는 화성의 환경에서 얼어 죽기 딱 좋은 온도이지요.


  마크 박사는 이전에 화성에 매립한 방사능 폐기물 주머니를 찾아 다시 캐냅니다. 방사능은 건강에 유해하지만, 그것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열기는 냉혹한 화성의 환경, 영하로 떨어진 로버의 실내를 덥혀줄 수 있는 물건이었어요.


  억지스럽지만 저는 그 장면이 한 사람이 삶을 살아가면서 경험한 좋지 않은 일이나 치명적인 결점도 언젠가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의 은유로 보였습니다.


  비록 망했습니다만 화성에 고립된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오늘도 마크 와트니 박사님을 보면서 이것저것 해보겠습니다.


  p.s.

  마션의 저자 앤디 위어는 블로그에서 소설을 연재했다고 해요. 블로그에서 소설을 써서 영화화까지 되다니.. 부럽네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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