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큐레 Oct 17. 2022

2022년을 마무리하는 글 1-1


  1. 올해는 이직을 하였다


  출판을 메인 콘텐츠로 삼는 미디어 콘텐츠 스타트업에 취업하였다. 4월 21일쯤 이직을 한 것 같은데, 벌써 6개월여가 흘렀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참 여러 가지 일이 있었고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 사이 내 책도 출간하고, 구글애즈도 만져 보면서 평생 안해볼일을 해보게 되었다는데 의미를 둔다.


  오늘 전 회사 지인과 꽤 긴 통화를 했다. 지금은 센터가 많이 안정화 되었다는 이야기, 카톡 기반으로 상담을 하다보니 최근 카톡먹통 사태로 꽤나 심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그분이 새로운 일을 해보는것을 추천해 주었었다. 상담일은 직업이 필요한, 결혼한 여성이 다니기 좋은 회사라는게 지인의 말이었다.


  나도 동의하는바, 이직해 배운 구글애즈 스킬이라던지.. 홈페이지를 통한 '유입-전환'으로 수익을 내는 큰 틀이라던지 하는 것들은 막연하게라도 내가 무슨 일을 하든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직장에 계속 다녔다면 당장 안정적이긴 하겠지만, 1~2년 더 다녀서 아무 스킬도 연마하지 못하고 삼십 대 중반이 되는 것보다는 지금 걷고 있는 불확실한 길이 더 건설적이라는 생각이다. 


  이 회사 사람들은 다들 열정적이다. 거기서 얻은 에너지가 크고, 닮고 싶은 부분도 많다. 여기서 내가 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지 고민해 봐야겠다.



  1-2. 별개의 불안감


  지난주에 올해는 남아있는 공휴일이 없다는 말에 '아 그럼 원치 않게 업무 텐션이 떨어지는 일이 없어 좋겠네요.'같은 말을 했었다. 반은 농담이고 반은 진담이다. 


  최근 들어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서울에 크게 애착하고 있는 것이 없다. 타지에서 올라와 서울에 자리를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이일 저일 벌이면서 일에 마음을 붙여보려고 했고, 결과적으로 최근엔 성과라고 할만한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서울영상협회에서 강의를 제의받았다거나, 유튜브 인터뷰가 생각보다 잘 되었다거나, 신문 기사에 이름을 올렸다거나 하는 소소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들이다. 


  하지만 그런 소소한 성과를 얻기 위해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들이 심적인 내구력을 깎아먹은 것 같기도 하다. 자존감이 뭉개지고, 심적 피로가 쌓이고, 좌절감이 몰려오는 파도와 같은 순간순간마다 내가 여기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가늠해 보곤 한다. 



  2. 운동을 시작했다.


  지난달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주에 2회 정도는 퇴근 후에 꼭 들르려 한다. 5시~6시까지 처음 15분 정도는 러닝머신을 달리고(사실 거의 걷고)  노션에 기록해둔 루틴대로 기구를 쓴다. 루틴을 다 마치고 나면 기분이 좋다. 자기 통제력, 조작성 그런걸 회복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이제는 살려면 정말 운동을 해야 한다. 





  3. 글쓰기와 커뮤니티


  이건 그냥 생각나서 써보는 건데 '글쓰기와 커뮤니티'는 가능한가 하는 근본적인 의심이 든다. 


  코로나로 해체된 예전에 내가 반장으로 있었던 합평반은 교수를 구심점으로 질투와 폄하라는 상호 적대적인 문화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비슷한 시기 경험한 소소한 친목회와 같은 분위기의 합평반, 그리고 역시 한 작가를 중심으로 교보문고에서 프로젝트 성으로 잠깐 진행한 글쓰기 모임까지 적지 않은 참여 경험이 있지만, 이게 과연 큰 효용이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곤 했다. 우선 사람들 사이에 교집합을 찾기 힘들었고, 그래서인지 참여 인원도 그때그때 달라지는 데다(친목회가 그렇긴 하겠지만) 각자의 의견이 어떤 도움을 주기보다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


  내가 생각엔 글쓰기란 결국 그 사람의 관심과 특성을 반영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자신이 투영된 글을 평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사람에 대한 폭넓은 이해,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과 가능성을 포괄할 수 있는 안목, 그리고 최소한의 존중이 있어야 하는데, 소위 말하는 기성 문단의 작가나 교수는 맞춤법이나 문장을 직조하는 능력 면에서는 특화되어있을지 몰라도 저런 부분에서는 취약성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 특히 교수 타이틀이 붙으면 제3자가 보기에 정신 나간 것처럼 보이는 크리틱을 선보이기도 하더라, 그러는 본인들도 시장에서는 도태된 경우가 부지기수면서 말이다.


  출판사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홍보 차원에서 글쓰기와 관련한 밴드, 카페, 페이스북 그룹, 카카오 페이지를 다 뒤져봐도 활성화된 곳이 별로 없는걸 보면 글쓰기라는 게 결국 개인적인 차원의 수련이 필요한 스킬 같다. 스스로 검증을 해보고 됐다 싶으면 마켓 시스템을 통한 시장의 검증을 받거나... 진짜 믿을 수 있는, 신의가 깊은 한두 사람의 평가를 받는 식으로 발전을 시키는 게 더 낫다고 본다.  


  아 근데 이러면 도대체 어디다 홍보를 때려야 사람들이 많이 신청을 할까.... 이건 내일 출근해서 고민해 봐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공감 능력과 글쓰기에 대한 프리토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