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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Jun 24. 2022

소설 출간을 앞두고 미리쓰는 작가의 말

작가의 말



그거 아세요? 헤르만 헤세도 자비출판한 거.



에디터로 일하면서 만든 광고 문구입니다.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컨텐츠 스타트업과 함께 서울국제도서전, 국제여성영화제 등에 부스를 잡고 소설을 써주기도 하고, 스스로 인터넷에 짧은 소설을 연재해 보기도 하고, 단편소설도 꾸준히 썼지만, 등단이나 수상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좋은 기회로 출판을 겸하는 기획사에 에디터로 취업하게 되었어요. 보이는게 많더군요. 전에는 퍼블리쉬 출판, 자비출판 등 여러 가지 방법과 길이 있다는걸 눈치채지 못했었고 거기에 선입견까지(요컨대 문학은 등단을 해야 할 수 있다는 식의)있다 보니 꽤 많은 글이 쌓여있었으면서도 출판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어요.



'소설 쓴 사람 술 마시는 날’



합평반 사람들은 합평하는 날을 이렇게 부르기도 했습니다. 합평은 소설 하나를 놓고 여러 명이 평가하는 자리입니다. 평가가 좋았던 적이 거의 없었어요. '기본이 안 되어 있다' '작가의 감상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이 누가 있냐'같은 말들이 오갔습니다. 읽지 않고 오시는 분도 있었구요.



'이미 세상에 좋은 글을 쓰는 작가가 많은데 내가 꼭 글을, 소설을 써야 하는지 모르겠어.'


소설을 써온 누나가 합평이 끝나고 한 말이었습니다.



그땐 저도 '욕을 먹는 일'은 수준에 이르기 위한 당연한 과정으로 여겼고 잘 쓰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직설적인 성향이 그 욕심을 꺾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사례에서 꼭 처음부터 천재성이나 재능, 특별함을 가져야만 책을 쓰거나 글, 소설, 예술을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다다랐습니다. 헤르만 헤세도 첫 책은 21살에 자비출판한 44p짜리 시집 이였고, 공무원 출신의 화가 앙리 루소는 50대 이전까지는 조롱만 당했다고 하죠.



4 아동이 10개의 단어로 만들  있는 문장의 개수는 360만개 라고 해요. 가르치기 전부터 무의미한 배열 속에서 나름의 의미있는 문장을 뽑아냅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언어학자 촘스키는 이를두고 인간이 말을하고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생득적이라고 말해요. 우리의 경험과 생각이 각자의 언어를 통해 고유성을 띄고 드러나는 것에는 특별한 자격이나 어마어마한 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아무도 안내줘서 출판사에 취업해 사장님 몰래 소설책을 내 보았습니다. 단편소설/미니픽션 구성으로 가볍게, 즐겁게 읽어주셨으면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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