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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Oct 28. 2022

츠츠이 야스타카와 파프리카, 시간을 달리는 소녀 외

ft. 일본 문학계의 깨부수고 싶은 진주


       



  “인간이란 존재는 달 위를 그저 산책할 뿐인데도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떠들어대는 과대망상증 환자다” -<최후의 끽연자> 中-


  오늘 다룰 작가는 일본 SF계의 거장 ‘츠츠이 야스타카’입니다. 작가 이름만 들어서는 다소 생소한 느낌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영화화된 바 있는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원작자라고 하면 누구나 알 만한 인물이죠. 2009년 국내 개봉했던 장편영화 <파프리카>의 원작자도 바로 츠츠이 야스타카입니다. 


  앞서 다루었던 마루야마 겐지, 무리카미 하루키에 비해서 '빌런'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 시절 IQ 178의 수치를 기록해 영재학교로 보내졌으나, 그곳에서 여자아이들에게 왕따를 심하게 당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여성혐오적이고, 기괴하고, 비틀리고, 잔혹한 작품이 많은데<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아 쫌 다르게 써볼까..'하는 마음으로 썼다가 대히트를 한 경우라 본인도 어안이 벙벙했다는 후문이 전해집니다.



  제가 접했던 작품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 <파프리카>, <모나드의 영역>이며, 세 작품을 통해 바라본 작가의 특장점은 여러 차원의 세계관을 아주 설득력 있고 밀도 있게 그려낸다는 점입니다. 달리기를 통해 과거로 향하는 소녀, DC미니 라는 장비를 통해 서로의 꿈속을 넘나드는 파프리카, '모나드'라는 차원의 균열로 필멸할 수 있는 세계에 평범한 교수의 모습으로 강림한 '신', 처럼 보편적인 세계관이나 정서와는 거리가 있는 고차원적인 소설을 완성해 냅니다. 


  하나 더 꼽자면 노인들의 인구 조절을 위해 노인들 서로 배틀로얄(!!)을 벌이게 하여 최후 생존자의 생존만 보장하는 <인구조절구역>도 재밌는 소설로 꼽을 수 있겠네요. 평소 알고 지내던 형사와 편을 먹고 동료 노인들을 학살하는 사람, 미인계를 이용해 생존하려는 할머니 등등 여러 인간 군상이 등장합니다. 


  진주는 조개가 자기 몸 안에 들어온 이물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불순물을 분비하고, 마침내 그 결정체가 진주가 된다고 합니다. 츠츠이 야스타카의 뒤틀린(그러나 인기있는) 소설이나 변호할 수 없는 인격은 저런 승화의 과정에서 동시에 발생한 것이 아닐까... 추측을 해봅니다. 


  우리가 대문호 하면 기대하게되는 인간적 깊이나 여유, 고결함 등등은 츠츠이 야츠타카에게 통용되지 않습니다. 여혐, 남혐을 떠나 인간과 사회 그 자체를 혐오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디스와 배배꼬인 스탠스로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합니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은 대중적인 인기와 성공, 그리고 작품성까지 가졌다는 점에서 깨부수고 싶은 진주라는 표현을 써봤어요.



  희대의 망언으로 한국에서는 이미지가 조져지다 못해 나락으로 가버린 그이지만, 그의 소설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끌릴 수밖에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SF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한국 소설 시장 트렌드에도 맞는 부분이 있네요.


  프랑스 요리 중에 작은 새를 술에 담가 익사시킨 뒤(사실 잔인한 전처리 과정이 더 있지만) 오븐에 구워 먹는 '오르톨랑'이라는 요리를 먹을 때는 위에서 하나님이 지켜보실까 두려워 작은 천을 머리에 두르고 먹는다고 하죠? 


  SF소설을 좋아하거나 쓰고 싶은데 잡히는 책이 없거나 참조할 데이터가 없을 때 딱 저런 마인드로 가볍게 빌려읽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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