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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Oct 29. 2022

황석영 작가의 생애와 그의 소설 바리데기


       


  


  한국 문학계의 거장 중의 거장이다. 황석영은 필명이며 본명은 황수영, 1943년 12월 4일 만주국 신경특별시에서 태어나 8.15광복 후 귀국했다. 문학계의 주호민과 같은 포지션이다. 60년대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가출을 반복하였고, 사상계 등단 후 자퇴, 장길산을 10년간 연재하였고 이후 방북하여 투옥된 적이 있다. 


  무릎팍 도사에 나오셨던 게 기억나 찾아보니 유튜브에 올라와 있어 공유해 본다.

  '황석영 가는 곳에 가지 마라'라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1. 태어나자마자 해방되어 8.15 광복

2. 분단 직전 38선을 넘어옴

3. 초등학교 입학 후 6.25 전쟁

4. 고등학교 입학 후 4.19혁명

5. 군대 가서 5.16 군사정변 & 베트남 전쟁 참여

6. 전쟁 다녀오니 유신 반대 운동(1차 징역)

7. 장길산 쓰려고 광주에 갔다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6. 방북 후 베이징에 갔더니 천안문 사태

7. 베를린에서 살려고 보니 베를린 장벽 붕괴

8. 미국에 건너가 LA에 정착하려고 보니 흑인 폭동

9. 정상회담 분위기라 귀국했더니 김일성이 사망

10. 국보법 위반 징역살이 후 출고하고 영국 갔더니 런던 폭탄 테러

11. 파리로 오니 파리 이민자 폭동 


등등 한 사람이 태어나서 한두 번 경험해 볼까 말까 한 시대사를 관통해버리셨다. 이런 파괴 왕 같은 행보를 두고 황석영 작가님을 '문학계의 주호민'이라 칭하는 경우도 있다. 영상에도 짧게 등장하지만, 소설가는 시정배여야 한다는 말이 인상 싶다. 글쓰기에는 엄정함을 기하되, 평소에는 시시껄렁하고 자아가 열려있어야 한다는 말이 참 와닿았다.


  가장 최근에 접한 황석영 작가님의 장편소설<바리데기>의 주인공 ‘바리’라는 인물이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그린 이야기다. 탈북 소녀 바리는 중국 대륙을 거쳐 영국 런던에까지 이르게 되는데 그곳에서 난민 신분으로 정착하기까지의 과정 속에서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과 모순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작가는 한 발 더 나아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인류 전체의 화합과 공존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탈북민 여성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워 세계의 고통을 드러내는 작가의 솜씨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의 신화적 스토리텔링을 차용하여 인류 보편의 정서를 몰입감 있게 이끌어내는 방식이 매력적이었다.(나이가 있으시고, 기성작가 중의 기성작가이다 보니 고루할 것이라는 관념이 완전히 부서졌다.) 바리데기, 바리공주의 신화, 생사 꽃을 찾아 떠나는 제주도 자청비 신화 등 우리나라 신화 중에서도 꽤 쓸만한 것들이 많은데 '이런 걸 쓰면 왠지 소설이 고루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쓰지 않다가, '나도 이렇게 진지하게 한번 써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문예창작학과를 비판한 대표적인 작가 중 한 명이다. 


  철학 없는 인형들을 양산해낸다는 비판이었는데, 나도 당시에는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가장 직접적인 학과를 골라 선택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소설가가 되고자 했던 나에게 '문창과'는 상당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황석영 작가님의 말이 잘 와닿지 않았지만, 졸업 후 생각해 보니 문창과가 가지는 적폐스러움이 있긴 하다. 


  구체적으로는 '소설의 기본은 서사 즉 이야기인데 요즘 글 쓴다고 나오는 젊은이들 작품은 대부분 서사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그저 '공모전에 당선되기 좋은', 또는 '(묘사 같은) 기술에만 편중되어 있지만 실속이라고는 없는' 작품들만 쓸 뿐이라며, 서사를 잘 쓰려면 본인이 실생활에서 직접 이것저것 부딪쳐 보고 체득한 경험, 체험으로부터 우러나온 철학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서사를 지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라고 비판했다.


  내가 졸업한 학교는 2022년 현재도 ~얘들은 등단했다던데?? ~명문 문예 창작 대학원 진학!(또 학교에 다니란 말인가..)라는 식으로 광고를 한다. 지금은 데뷔시스템/퍼블리쉬 시스템이 잘 팔리고 있고, 단행본 시장보다는 웹 소설 시장이 규모가 더 크다. 저렇게 광고할 거면 그냥 등단지도학과로 바꾸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그나마 실력이 없어서 등단도 잘 못 시킨다.) 등단했다 해도 작가로서의 생명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주지 않는다. 등단/진학 외 다른 대안이 없다시피하다. 이건 거의 직무유기라고 보는데, 황석영 작가님에 관한 포스팅이므로 이만 줄인다. 


  무릎팍도사에서 말씀하시는 대로 황석영 작가님은 특유의 유머감각과 호탕함이 있다. 산전수전 공중전, 베트남전까지 거친 완연한 노년의 작가이지만, 여전히 호기심이 많고 자아가 열려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차례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한 투옥과 고난 사이에서도 저런 탄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게 참 부럽고, 까마득히 먼 후배 소설가 지망생으로 그 자세나 마음가짐은 따라가야 할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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