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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Nov 18. 2022

이상적인 사랑, 검정치마 Everything



 지극히 이타적인, '절대적인 사랑'이라고 부를만한 사랑은 어떤 형태일까? 


  나는 검정치마의 - Everything 이 이런 형태의 사랑을 잘 드러내는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you are my everything my everything


    시작은 '밀착'과 비슷하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타인과 타인이 만나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밀착하는 과정이 있고 이 과정에서 서로는 서로를 더 이상 구분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지코 선생님도 '너는 나 나는 너'라는 제목의 노래에서 '너와 내가 구분되지 않음'을 노래했다. 


  TMI로 철강과 콘크리트는 온도차에 따른 팽창율이 같다. 즉 밀착하였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부서지지 않는다. 


  TEAK 선생님의 '밀착'에서는 두 사람이 밀착했지만, 끝내 서로를 찌르고 부서지기 직전의 모습으로 위태로워 보인다. 


  검정치마의 Everything에서 '너'는 나의 전부다.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너는 나의 전부'라는 후렴구를 반복한다. 


감은 눈을 마주 보면 모든 게 우리 거야


  절정은 인생의 전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매우 기쁘고 흥분되는 감격적인 순간으로써, 강렬한 행복감과 함께 커다란 환희에 휩싸이게 될 뿐 아니라 놀라움과 경외감을 느끼고 심지어 시간과 공간 감각까지 달라진다.


  이 경험이 특히 강렬할 때는 자기의식이 소멸하고 거대한 존재화 합일되는 느낌을 갖기도 한다. 


  Everything의 '나'도 '비가 내리는 날에 방안에 누워 아무 말도 없이 상대방을 바라볼 뿐이지만, '모든 것이 우리의 것'이라고 느낀다. 이러한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판단에는 '강렬한 사랑의 체험'이라는 절정경험이 개입해있다. 매슬로우에 따르면 이러한 절정경험은 치유적인 동시에 한 인간의 성장을 촉진한다고 보았다.


넌 내 모든 거야, 내 여름이고, 내 꿈이야

  

  이 가사에는 강세가 들어간다.  노래의 분위기는 나른하지만, 내 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닌 '여름'이라는 점에서 사랑, 정열, 절정, 강렬함, 뜨거움과 같은 사랑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나'는 너를 뜨겁게 사랑하고 있으며(이렇게 쓰니까 엄청 촌스럽다.) 나의 모든 것이고(자아의 차원) 나의 꿈이다(무의식의 차원) 그러면서도 어떤 집착이나 요구도 가사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이 부분이 TEAK 선생님의 '밀착'에 나오는 사랑의 형태와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핼쑥한 얼굴로 날 찾아올 때도 발칙한 얘기로 날 놀래킬 때도


   내가 이 가사의 내용을 '이상적인 사랑'의 형태로 보는 결정적인 이유는 '나'가 제시하는 사랑의 모습이 아가페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네가 핼쑥한 얼굴로 나를 찾아오든, 발칙한 얘기로 놀래키든 '너'는 여전히 나의 전부라는 후렴구는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아가페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나'는 상대방이 어떤 상태이건, 무슨 말을 하건 개의치 않는다. 둘의 행동 자체는 특별하지 않다. 그림을 그리거나 가사를 쓰지도 않으며, 상대방에게 잘 보이고자 서로를 과시하지도 않는다. 그저 비 오는 날 방안에 누워서 서로를 마주 볼 뿐이다.(심지어 말도 하지 않는다.) 


  이런 수수한 모습이 오히려 둘의 감정을 더 잘 드러내 보여주는 것 같다. 노래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나 있는 그대로 받아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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