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일상이 지엽적이고 충동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낄 때가 있다. 당장의 드러운 감정에 사로잡힌다거나, 어딘가에 골몰하면서 주변 환경이 망가지고, 그 망가진 주변 환경이 내게 다시 좋지않은 영향을 줄 때(예를들면 집안이 난장판이 났을 때), 핵심에서 놀지 못하고 겉돌 때, 일상을 중력이라 한다면 8G쯤에서 기절 직전에 눈만 겨우 뜬 느낌이 들 때, 이게 맞나 싶을 때
작년 즈음 전 회사에서 문득 '재미가 없다'는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그냥 재미가 없는 게 아니라 아주 강렬하게, 스스로 당혹스러울 정도로 재미가 없어서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적당히 한가하고, 그다지 어려울 게 없는 일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이다.
사는 대로 생각한다는 말을 믿는 편이다. 그리고 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성인이 되고 독립한 이상 나는 나를 구휼해야 한다는 커다란 과제가 있고, 그런 부분에서 나는 그다지 실력이 좋은 편이 아니다. 나는 몽상가이고, 그게 내 중심에 가깝다. 소설을 쓰는 일은 내가 느끼는 나의 본질적인 일이다. 아마도 그걸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 시기부터 꾸준히 겉돌다가 비교적 최근에서야 중심을 잡아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일상은 일만 해도 벅찬데 거기에 오욕이 낀다. 오늘은 퇴근하자마자 잤다. 수면욕에 휩쓸렸다. 높은 차원의 자아실현이 아니라 당장의 표면적인 명예욕과 인정 욕구에 매달리기도 하고, 바랄 수 없는 것을 바라보기도 하고, 폭식을 하기도 하고, 발칙한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그렇게 가득 찼다가 또 흘러넘치고, 하루가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