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우울한 드로잉'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우울함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설명하는 자리였고, 그것을 5주 정도 진행하면서 꽤 많은 위로를 얻을 수 있었어요.
비교와 경쟁이 당연한 사회에서 외로움과 우울은 현대인의 숙명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기분에 사로잡혀 마구 흔들릴 때, 우울한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 슬픔과 우울로부터 자신을 유격시키는 하나의 방법 같습니다.
진주조개는 자신의 몸에 들어온 이물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체액을 내뿜어 적극적으로 이물질을 감싼다고 하지요.
우울한 그림을 그리고, 우울한 음악을 듣고, 멜랑꼴리한 소설을 읽는 것이 슬픔을 대처하는 완벽한 방법은 아닐지라도, 문득 이물질처럼 침입해 들어와 나에게 상처를 주는 우울과 슬픔을 더 잘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법 중 하나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라의 '어떤 우울이 우리를 흔들겠어요'는 큰 위안을 줍니다. 허무함이 날 관통하고 잠식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서로의 숲이 되어주겠다는 말이 참 아름답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