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대한 단상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썼지만, 로맨스 소설은 '다다'라는 제목으로 딱 한 편을 썼다. 다다는 보수적이고 강박적인 건축과 공대생 남자와 자유롭고 종잡을 수 없는, 충동적인 다다라는 미대생 여자가 만나 연애를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남자는 혼란스럽다. 다가가면 너무 멀리 도망가고, 그렇다고 물러나 있으면 어느새 다가와 있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 남자는 그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받고 큰 혼란을 겪는다.
모티브를 얻었던 것은 동성애 기질이 있는 성소수자분들도 언젠가 한 번쯤 이성을 사귀어 보는 시기를 겪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정말 그런 성향인지, 경험을 해보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 확실히 하려는 것이다. 여자를 좋아하는 다다에게, 남자 주인공은 그 타깃이었고 인간적으로는 너무나 좋지만, 연인으로서는 도저히 사귈 수 없다는 생각에 미친다.
한 장면에서는 남자가 다다의 노트를 훔쳐본다. 거기에는 남자 주인공을 '여자의 모습으로'그린 그림들이 잔뜩 나온다. 남자는 '장난이 심하다'라고 생각하지만, 다다는 정말 주인공이 그랬으면 했을 것이다.
결국 다다는 편지를 통해 자신의 성향을 모두 고백한다. 주인공은 다다가 선물로 남긴 작품을 멍하게 바라본다. 문장을 쓰는데 묘사에 힘을 주었던 기억이 난다.
다다는 동성애와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나라인 호주에 가서 자신의 예술 작업을 하려고 한다. 떠나는 날 인천공항에 그 남자를 부르게 되는데, '네가 가지 말라면 가지 않을게'라는 말로 남자의 마음은 흔든다. 아마 다다의 마음도 혼란스럽고 흔들리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이미 많은 과정을 겪었다. 잡는다 해도 남자는 다다가 원치 않는 것을 계속 바랄 것이고, 다다는 남자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인천공항 라운지에서 주인공은 다다에게 말한다.
'너 왜 건축할 때 나무랑 콘크리트랑 안 섞는 줄 아니?'
그리곤 그 둘은 팽창계수가 달라서 잠깐은 건물을 세울 수 있지만 얼마 안 가 갈라지고 무너져 내린다는 말을 덧붙인다. 그렇게 다다는 공항을 떠나고 남자는 돌아온다.
그날은 눈이 내린다. 주인공은 눈이 좀 더 일찍 왔으면, 하고 생각한다.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과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남자는 졸업 논문으로 나무로 10층짜리 건물을 짓는 법을 내놓는다. '미친 나무'프로젝트다. 교수도 선배도 왜 그런 걸 하냐고 말릴 정도로 별난 시도였는데, 이건 다다가 남자 주인공에게 남긴 흔적이다. 주인공은 그렇게 다다에게 미친 나무를 심어 선물한다. 다다도 주인공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사람은 어떤 관계를 맺든, 어떻게 만나서 어떻게 헤어지든, 좋았든 나빴든 각자는 각자에게 어떤 흔적을 남기고 끝내 의미가 된다. 의미화할 수밖에 없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각자의 길을 간다. 소설 다다에서는 선명한 갈등을 넣었지만, 이건 이성 간의 흔한 사랑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사실 그렇게 따지자면 흔한 사랑은 없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