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때부터 블로그를 운영했다. 거의 인생의 절반을 블로그와 함께한 셈인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세우지 못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송길영 작가님의 핵개인의 시대라는 책을 읽었다. 책에서는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특히 취업을 하는데 특정 회사의 조건에 맞게 이력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했던 모든 것들이 곧장 포트폴리오화 되어 투명하게 드러나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개발자의 경우 깃허브에 쓴 코드가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 그쪽으로 취업할 확률이 높아지고, 학자의 경우 오래된 시스템이긴 하지만 구글을 통해 논문 인용 횟수와 평가가 드러나 있으므로 좋은 학자라는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음악가의 경우 사운드클라우드나 유튜브에 올린 음악의 재생횟수에 따라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작가로서 내재적 가치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꾸준히 책을 내고, 블로그와 브런치에 칼럼을 쓰고, 그것을 수치화하여 포트폴리오로 만들 수 있을 때 효능감이 생기게 된다. 이런 수치화의 특징 중 하나는 경쟁의 장을 로컬에서 국가로, 다시 글로벌로 확장시켜놓는다는 것에 있다고 한다.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는 세계적인 플랫폼에서 나름의 가치를 쌓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전략을 세우고 투자하기 전에 명확히 드러낼 수 있는 수치를 만드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 과정은 매우 지루할 수 있고,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음을 안다. 즉 계산적이다. 그 계산적인 흐름 가운데서도 나다움을 잃지 않고, 효과적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의 발전을 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스스로를 온당한 위치에 올려놓는 것 또한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