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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맥베스 리뷰 – 권력의 무게, 그 피의 대가

ft. 계엄 정국과 민주주의에 대한 단상들

by 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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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현대적으로 압축해낸 작품이었다. 단 100분, 군더더기 없이 세련되게 다듬어진 연출과 넘버는 폭주하는 권력의 잔혹한 흐름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전장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맥베스는 왕위 계승을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를 외면한다. 부당함에 분노한 그는 아내 맥버니와 함께 왕을 살해하며 권력을 쥐지만, 그 순간부터 끝없는 피의 연쇄가 시작된다. 작은 신호에도 신경을 곤두세우며 반대자를 하나둘 제거하는 모습은 역사 속 독재자들과 겹쳐진다. 권력을 잡기 위해 피를 묻힌 자들은 결코 스스로 그 손을 씻지 못한다. 결국 맥베스는 자신의 성(혹은 관저?)에 칩거하며 환상 속에서 자아도취에 빠지지만, 배반한 신하가 성문을 열고 정의를 표방한 맥더프가 그를 처단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그런데, 정말 모든 것이 끝난 걸까?


흥미로운 점은 정의의 편에 서 있던 맥더프 역시 결국 공주를 죽이고 왕이 된다는 것. 여기서 다시 한 번 되새겨지는 "무엇을 보았느냐"라는 대사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권력은 영원하지 않으며, 새로운 싸움은 언제나 반복될 것임을 암시하는 순간이 되었을 것이다.


토머스 제퍼슨은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다. 민중의 피뿐만 아니라, 이렇게 반복되는 권력 투쟁이 흘린 피로도 역사는 얼룩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권력을 나누고, 자연사를 유도한다. 대통령의 임기를 제한하고, 투표로 사람을 바꾸는 것은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권력을 흩어놓는 장치다. 선을 넘으면? 보다시피 헌법재판소로 가게 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맥베스의 상징과도 같은 세 마녀가 뮤지컬에서는 생략되었다는 것. 정치극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현실을 보면 세 마녀의 빈자리가 허전하지만은 않다. 버거동자, 천공, 광화문 목사님까지 현실에는 이미 배역이 정해져 있으니. 작품보다 현실이 더 기묘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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