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 연재 #3 (XVI번 카드 / 번개 / 왕관 / 추락)
사람이 탑을 쌓을 때, 그건 풍경을 위해서가 아니다.
자기 안의 공포를 가리기 위해서다.
“난 괜찮아.”
“난 통제할 수 있어.”
“난 이 정도쯤은 버틸 수 있어.”
이 문장들이 벽돌이 된다.
벽돌이 쌓이면 체온이 올라간다.
체온이 올라가면, 착각이 온다.
살아있는 것 같다는 착각.
그런데 탑은 늘 외벽이 먼저 크다.
속은 비어 있다.
비어 있는 만큼, 잘 울린다. (텅텅.)
번개는 성질이 급하다.
하지만 사소한 것엔 오지 않는다.
번개는 늘 “가장 높은 곳”을 친다.
높은 곳이란, 대개
가장 공들여 쌓은 곳이 아니라
가장 취약하게 세운 곳이다.
그래서 탑이 무너질 때 사람은 억울해한다.
“왜 하필 지금?”
“왜 하필 나?”
그런데 탑의 논리는 단순하다.
가볍게 건드려도 무너질 것들은,
언젠가 무너진다.
탑에서 떨어지는 두 사람은 불쌍해 보인다.
그런데 나는 종종 이렇게 읽는다.
그들은 벌을 받는 게 아니라
퇴거 당하는 것이다.
거짓의 집에서.
착각의 고층에서.
남의 기준으로 설계된 평수에서.
무너진 자리엔 이상하게도 균형이 남는다.
“물리적인 체계가 무너진 균형” 같은 것.
탑은 무너진 뒤에야
무게 중심이 어디였는지,
하중이 어디로 흘렀는지,
누가 무엇을 떠받치고 있었는지
전부 말해준다.
탑은 말이 늦다.
대신, 거짓말을 안 한다.
사람들은 붕괴를 혼돈이라고 부르지만,
어떤 붕괴는 너무 정갈해서 소름이 돋는다.
예정된 모든 무너짐이 질서정연하다는 문장을 나는 기억한다.
무너짐은 대개 갑자기가 아니다.
갑자기처럼 보일 뿐이다.
균열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우리는 거기에 벽지를 붙였고
벽지는 예쁘게 버텼고
그러다 어느 날, 벽지가 먼저 울었다
탑은 그 순간을 택한다.
“이제 더는 연기하지 말자.”
무너진 것 목록을 적는다 (감정 말고 ‘구조’로)
무너진 관계
무너진 습관
무너진 자기상
무너진 계획
“내가 뭘 잃었지?”가 아니라
“내가 뭘로 버텼지?”를 적는 쪽.
하중의 출처를 찾는다
누가 나를 지탱했는지 말고,
무엇이 나를 눌렀는지.
탑은 ‘지지’보다 ‘압력’을 폭로한다.
가장 작은 기둥 하나만 다시 세운다
전부 복구하려 하지 말자.
탑의 교훈은 “큰 복원”이 아니라
잘못된 복원의 포기다.
탑이 무너지면, 우리는 비로소 본다.
내가 어떤 재료로 살아왔는지.
그리고 어떤 것들은,
무너져야만 바깥으로 나갈 틈이 생긴다.
벽이 없으면 바람이 들어온다.
바람이 들어오면, 불은 다시 켜진다.
탑은 잔인하다.
하지만 탑은 정직하다.
무너진 뒤에야 보이는 구조가 있다.
그 구조를 본 사람은
다음엔 덜 높게 쌓는다.
그리고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가볍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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