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 연재 #2 여사제 : 말하지 않는 감정의 축적

타로 연재 #2 (II번 카드 / 달, 물, 장막, 그리고 “침묵”)

by 허블

프롤로그: 침묵은 비어 있는 게 아니라 쌓이는 것이다


사람들은 “말을 안 하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착각한다.

그런데 감정은 문장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감정은 저장된다.

어떤 형태로든.


나는 침묵을 자주 수표로 생각한다.

무서운데, 믿음직한.

도장을 찍는 순간엔 아직 돈이 내 손에 없지만, 있다고 믿게 만드는 종이.


unnamed (6).jpg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이 말하는 얼굴.”


여사제는 “감정을 숨긴다”가 아니라, 감정을 숙성시킨다


여사제는 고백하지 않는다.

대신 발효시킨다.

말해버리면 끝나는 감정들이 있다.

말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고,

끝나지 않으니 층이 생긴다.


첫 층: “아무렇지 않음”

둘째 층: “사실은”

셋째 층: “그런데도” 넷째 층: “그래서 나는”


여사제의 감정은 늘 넷째 층에서 조용히 끓는다.

불이 보이지 않는 취사.

연기가 없는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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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둥(B와 J): 말하지 않는 감정은 언제나 양극 사이에 앉아 있다


사랑과 미움.

부드러움과 폭력.

붙잡고 싶음과 도망치고 싶음.

우리는 대개 한쪽을 골라야 한다고 배웠다.

그래서 “말”은 정리가 된다.


정리된 말은 편하다.

대신 정확하지 않다.

여사제는 정리를 미룬다.

정리되지 않은 채로, 감정이 자라는 걸 허락한다.

그리고 그 미룸은… 때로는 지혜고, 때로는 병이다.

침묵은 고이면, 결국 냄새가 난다.

(물을 끝없이 갈아줘도 꽃이 죽는다는 말이 있듯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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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막(석류): ‘말하지 않음’은 비밀이 아니라 경계다


여사제 뒤에는 장막이 있다.

그건 숨기기 위한 커튼이 아니다.

넘어오지 말라는 선이다.

말은 경계를 뭉개는 도구다.


“괜찮아?”
“뭐가 문제야?”
“말해봐.”


대부분의 질문은 친절한 척하지만, 실제로는 침투다.

여사제는 그 침투를 막는다.

왜냐하면 어떤 감정은, 아직 말이 닿으면 부서지기 때문이다.

말은 칼이다.

아직 연한 살점에 대면, 그냥 상처다.


unnamed (10).jpg “경계는 숨김이 아니라, 보존이다.”


달과 물: 말하지 않는 감정은 결국 꿈으로 새어 나온다


억눌린 감정은 증발하지 않는다.

형태를 바꾼다.

말로 못 나가면

꿈으로 나간다.

몸으로 나간다.

습관으로 나간다.

습관은 안전하다.

아교처럼.


그래서 더 무섭다.

안전한 척 붙여두는 동안, 안쪽이 썩는다.

여사제가 뜨면 나는 이렇게 읽는 편이다.

“지금 네 감정은 ‘표현’이 아니라 ‘배수’가 필요하다.”


unnamed (11).jpg “감정은 달을 따라 수위가 바뀐다.”


실전 주문: 여사제처럼 “말하지 않는 감정”을 다루는 3가지 방법


말하지 말고, 먼저 적어라

말은 타인을 전제로 하지만, 기록은 나를 전제로 한다.

감정은 타인이 들어오면 왜곡되기 쉽다. (칭찬, 판결, 조언, 침묵의 압박.)


‘왜’ 말고 ‘무엇이’로 묻기
“왜 그랬지?”는 재판이고,
“지금 내 안에 무엇이 있지?”는 채집이다.

여사제는 재판을 하지 않는다. 채집한다.

한 문장으로 끝내지 말고, 층을 쌓아라

감정은 깔때기처럼 한 줄로 뽑히는 게 아니라

나선으로 휘돌다 구멍으로 쏟아지는 것에 가깝다.

그러니 메모도 한 줄로 결론 내리지 말고, 층을 만들면 좋다.


“나는 괜찮다.”

“하지만 불편하다.”

“정확히는, 서운하다.”

“정확히는,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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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제가 오래 침묵하면, 언젠가 홍수가 난다


여사제는 아름답다.

차분하고, 단정하고, 신비롭다.

하지만 신비는 종종 누적의 다른 이름이다.

말하지 않은 감정이 쌓이면,

나중엔 말이 아니라 사건으로 터진다.

그래서 나는 여사제를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침묵은 공백이 아니다.

침묵은 저장이다.

저장은 힘이지만, 배수가 없으면 재앙이다.


말하지 않는 감정은

당신을 보호하기도 하고

당신을 익사시키기도 한다.

여사제는 그 경계 위에 앉아 있다.

오늘도. 아무 말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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