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촉각과 불안에 대하여.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따뜻한 양수의 보호를 받다가 열 달만에 태어납니다.
출생 후 아무런 보호막 없이 만나는 세상은 차갑고 낯선 곳이지요.
특히 오감 중에서도 촉각은 태어나면서부터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작은 온도 변화나 사소한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사실 예민하다기보다 아이 입장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일이지요.
신생아에게는 온도라든가, 통증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을뿐더러
이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는 지적능력도 부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난생처음 느끼는 여러 가지 불편함은 아이에게 있어서는 너무너무 두렵고 불안한 일들입니다.
특히 생후 초기에는 이러한 두려움이 대부분 존재 자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이어집니다.
조금 춥거나 뜨거워도,
물이 닿아 이상한 느낌이 들어도,
금세 다시 괜찮아진다는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한 번, 두 번 경험이 쌓이면서 아이의 불안은 자연스럽게 적정 수준을 찾아갑니다.
물론 부모가 아이의 불안을 이해하고 이를 적절히 해소해준다면 말이지요.
1978년, 콜롬비아의 에드가 박사(Dr. Edgar R. S.)는 미숙아를 돌보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엄마의 배 위에서 살을 맞댄 채 아기를 돌보는 '캥거루 케어'입니다.
간병인과 인큐베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 방법은 한 가지 대안이 되었지만 한편으론 면역체계가 불완전한 미숙아를 위험에 빠뜨리는 위험한 시도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캥거루 케어를 받은 아이들은 예상과 달리 더 강한 면역력을 보이며 건강하게 성장했습니다. 인큐베이터를 사용할 때보다 입원기간이 짧아지는 경우도 왕왕 생겼습니다.
이어진 국내외 연구들은 캥거루 케어가 미숙아나 저체중아뿐 아니라 일반 만삭아에 이르기까지 모든 아이들에게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되기도 했지요. 이러한 효과는 호르몬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습니다.
스킨십을 할 때 아이의 뇌에서는 옥시토신과 오피오이드의 분비가 활발해집니다.
이 호르몬들은 아이의 안정감과 편안함을 높이며 통증과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는 기능을 하지요.
또한 캥거루 케어는 산후 우울을 겪는 엄마들에게도 매우 유익합니다.
조산아를 낳은 엄마들은 아이를 건강하게 출산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빠지기 쉬운데,
엄마들에게 있어 캥거루 케어는 가장 적극적인 산후 보살핌 방법입니다.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가 자신의 품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들은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자존감을 회복합니다.
물론 스킨십을 할 때 산모에게서도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긍정적인 정서가 높아지는 효과도 확인되었습니다.
'피부로 와 닿는' 촉각은 오감 중 가장 직접적이고 강렬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낯선 곳에 가거나 낯선 사람 앞에서 불안해지면 더욱더 엄마 품에 파고들어 떨어지려 하지 않지요.
엄마와 맞닿아있는 것이 주는 편안함을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럴 때일수록 아이를 더 많이 안아주고 몸으로 이야기해주세요.
"겁내도 괜찮아. 화내도 괜찮고, 슬퍼해도 괜찮아. 너는 그동안 잘 해왔고, 조금 쉬고 일어나면 다시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나의 가족과 아이에게, 상담을 하며 만나는 내담자들에게, 가끔 지쳐 무기력해지는 나 자신과, 나와 닮은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그래도 괜찮아."
<참고문헌>
김광호, 조미진 (2012). EBS다큐프라임 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 라이온북스.
WIKIPEDIA (2015). Kangaroo care. https://en.wikipedia.org/wiki/Kangaroo_c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