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 두 번째 이야기 : 수난의 시작과 밤중 수유 끊기
물론 그 사이에라도 아이가 배고파 울고 보챈다면 젖을 물려줘야겠지요. 모유를 줄 수 없는 환경이거나 모유량이 부족할 때는 분유로 적당히 대체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말이 좋아 서너 시간이지 수유를 하는 시간, 정리하는 시간을 빼면 엄마에게 주어지는 것은 겨우 한 시간 남짓입니다. 이 짧은 시간에 엄마들은 엄마로서, 주부로서, 딸과 며느리로서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하고 남는 시간을 이용해 짬짬이 잠을 청해야하지요. 그러나 삼십 분, 길면 한 시간 안에 알람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바로 아이의 울음 소리입니다.
이 시기에 엄마들은 모든 것을 아이의 패턴에 맞추게 됩니다. 집 밖은 꿈도 못 꾸고, 밥을 먹을 때나 잠을 자는 동안에도 온 신경을 아이에게 써야 하지요. 자기를 꾸밀 시간도, 꾸밀 마음도 조금씩 줄어들면서 엄마들은 당연히 누려왔던 삶과 자기 자신을, 그리고 다시 올 것 같지 않은 청춘을 조금씩 내려놓게 됩니다.
출산 과정에서 일어나는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와 이로 인한 정서적 불안정, 아이에 대한 책임감과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혼재한 가운데 양육으로 인한 피로가 누적되면서 엄마들은 지치고, 우울하고, 아주 예민해집니다. 실제로 다수의 엄마들이 이러한 산후우울감을 경험하고 있으며 그중 10~20%는 심각한 산후우울증을 겪기도 합니다. 바로 그때 엄마를 자극하는 소리가 번뜩 들립니다. 바로 아까 잠을 깨웠던 아이의 울음 소리이지요.
저는 이 글을 엄마보다 아빠들이 좀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울고 보채는 아이를 안고 함께 울 수밖에 없는 엄마의 속상함과 고단함을 아빠들이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아내를 감동시킬 작은 노력들을 해주기를 바랍니다. 감동이라고 해서 이벤트나 큰 선물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에 치이는 현실의 아빠들에게 슈퍼맨이 되어주기를 기대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퇴근 길에 아내가 좋아하는 케익 한 조각과 과일 한 봉지를 사들고 들어가는 것, 쪽잠을 자는 아내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설거지와 더불어 음식물 쓰레기까지만 좀 같이 정리해주는 것, 샤워하면서 떨어진 거품으로라도 욕실에 끼인 때를 살짝 밀어주는 것, 이렇게 사소하지만 '내가 당신과 이 힘든 길을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해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사실 생후 초기에 아빠의 역할은 엄마의 보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엄마가 주양육자라는 가정에서..) 어차피 생후 24개월 이전에는 아이가 엄마-아빠-자기 자신으로 구성되는 삼자 관계를 형성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분리 개별화 이론으로 유명한 대상관계 정신분석가 마가렛 말러(Magaret S. Mahler)에 따르면 아이는 생후 24 ~ 36개월 경 '정서적 대상항상성을 확립'하고 '개별화기'를 거치게 됩니다. '정서적 대상항상성'이란 쉽게 말해 아이가 엄마를 마음에 깊이 새겨 넣음으로써, 당장 눈 앞에 엄마가 없더라도 엄마를 떠올리며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이 가능해지면서 아이는 비로소 엄마의 품을 벗어나 세상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되지요. 삼자 관계가 가능해지는 것도 이 시점부터 입니다. 따라서 생후 초기에는 아이가 엄마와의 관계 속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하며 따뜻하고 든든한 엄마를 마음에 새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때 아빠의 역할은 두 가지 중에 하나가 될 것입니다.
첫 번째는 가끔 엄마를 대신해 직접 아이를 보살피며 좋은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아이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아내를 보살핌으로써 간접적으로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삼자 관계가 시작된 이후 아버지의 중요한 역할들은 추후에 다시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지금은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부터 생각해보세요.
마지막으로 수유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하고 이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아빠의 노력과 더불어 엄마가 조금 더 편해지기 위해서는 적당한 시기에 밤중 수유를 중단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밤에는 잠을 좀 이어서 잘 수 있으니까요.
일반적으로는 생후 4개월 정도가 되면 아이에게 낮과 밤에 대한 개념과 일정한 수면 패턴이 생겨 밤중 수유의 중단을 시도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9개월이 되어도 밤중 수유를 해줘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1년이 될 때까지 밤중 수유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의견이 분분할 때 가장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밤중 수유를 중단하는 과정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아이가 잠들기 전 수유를 할 때 충분히 먹인다.
2. 밤에 아이가 깼을 때 바로 수유를 해주지 말고 토닥이고 달래어 재워본다.
3. 다시 잠든다. or 계속 운다.
4. 다시 잠들 경우 행복한 마음으로 같이 잔다. or 계속 울 경우에는 적당히 수유를 해주고 다시 재워본다.
5. 이후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점차 밤중 수유 없이도 충분한 잠을 잘 수 있도록 수면 습관을 길들인다.
아이는 아직 말을 하지 못하지만 대신 울음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합니다. 아이가 수유 없이도 다시 잠 든다면 아직 익숙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밤중 수유를 끊는 데 동의를 하겠다는 표현입니다. 반대로 잠을 자지 않고 계속 운다면 '다른 애들은 어떤지 몰라도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좀 더 우유를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아이가 표현하는 마음을 귀여겨 들어주세요. 밤중 수유를 끊을 때도, 이유식을 시작할 때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갈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에 수록되는 것은 일반적인 경우, 또는 연구에 의해 산출된 평균적인 자료들입니다. 물론 이는 아주 훌륭한 기준이자 참고 사항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아이를 평균에 맞춰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심각한 경우에는 병원을 찾아 의사의 진료를 받거나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아야겠지만 적당한 차이는 가급적 아이의 뜻에 맞춰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