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심어주자.
"아들, 엄마 핸드폰 좀 만져봐."
어머니께서 휴대폰 메인 화면에 데이터 사용량 표시를 해달라고 하셨다.
스마트폰을 조금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작업이다.
"오마니 여깄슈. 회원 가입하니까 되네."
"벌써? 역시 천재여~"
"천재는 무슨.."
"천재지~
천재. 우리 가족들이 툭하면 내게 해주는 말이다.
나는 어릴 때 전자 기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TV나 컴퓨터, 스마트폰에 이상이 생기면 대부분 내 몫이 된다. 물론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건 아주 작은 것들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해결 했을 때 부모님은 나에게 '역시 우리 아들은 천재'라고 하신다.
심지어 인터넷 검색을 해서 저렴한 가격을 찾아드릴 때나 가끔은 그냥 컴퓨터를 껐다가 켜기만 해도 천재 소리를 듣는다. 이쯤되면 으레 하는 말이거나 '어쩌면 놀리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지만 다행히도 우리 부모님은 진심을 담아 내게 힘을 주신다.
그래. 정말 내가 천재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니라 그냥 힘이 나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내가 아주 빼어난 무언가를 갖지 않은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임을 실감한다.
그럼에도 부모님 눈에는 내가 아주 특별해 보이는 모양이다. 그리고 나도 부모님께 듣는 '역시 우리 아들'이라는 말이 참 좋다.
이 말을 들으며 나는 '내가 그래도 괜찮은 사람인가 보다' 생각하고 자존감을 회복해 다시 한계에 도전할 힘을 얻는다.
상담을 받으러 오는 엄마들에게 나는 나의 경험을 전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부탁하고 권유한다.
"어머니, 아이를 믿어주세요. 그리고 아주 작은 거라도 칭찬꺼리를 찾아주세요."
아이들은 부족하다. 미리 미리 준비하지 않아 약속 시간을 어기고, 용돈을 주면 계획 없이 금세 다 써버린다. 어려서부터 정리 정돈을 가르치고 싶지만 장난감을 치우고 옷을 정리하는 것은 결국 부모의 몫이다. 부주의해서 물건은 곧잘 잃어버리고, 크고 작게 다치고 와 부모 마음을 속상하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부족함만 지적하고 강조하면 아이 마음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만 가득해진다.
'나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아이야.', '나는 답답한 아이야.', '나는 양심이 없는 아이야.', '나는 늘 이런 아이야.'
인간중심 심리학의 창시자 칼 로저스(Carl Rogers)는 인간에게 근본적으로 더 나은 방향을 향해 가는 '성장경향성'이 있다고 보았다.
아직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하지만 약속을 잘 지키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직 계획성이 부족하고 꼼꼼하지 못하지만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아이는 그 존재만으로 충분히 특별하다. 아이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다.
처음 아이를 갖고 산부인과에서 아이의 존재를 확인했을 때, 아이의 심장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아이가 태어나 품에 안겼을 때를 떠올리면 아이가 그 존재 자체만으로 얼마나 특별한지를 금방 되새길 수 있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아이에게 '부족하다'는 메시지가 아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심어준다면 아이는 자신이 갖고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 그리고 특별함을 발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