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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환경이 미치는 영향력

by 컬러풀

띄엄띄엄 본 드라마 치인트.


주인공 유정은 매사에 친절하고 나이스하며 연인에겐 한없이 다정다감하다. 그와 유년기를 함께 보낸 인호는 그런 유정의 모습에 '가식적인 새끼'라며 치를 떤다. 인호의 말대로 유정은 자신이 정한 선을 넘은 상대에겐 평소와 정반대의 냉혈한 같은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그래, 이게 진짜 네 모습이지.'

좋은 사람 유정의 그림자는 유독 검고 어둡다. 그런 유정에게 사람들은 깊은 실망과 분노를 느끼며 등을 돌린다. 달콤 살벌한 캐릭터 유정의 본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유정이 주로 보여주는 모습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공격성을 포장한 친절함. 둘째, 연인을 향한 다정함. 셋째, 있는 그대로 폭발하는 공격성. 유정을 둘러싼 대부분의 인물들은 이 중 세 번째인 공격성이 유정의 진짜 모습이라 생각하며 그외 다른 모습에 대해선 가식이라며 날을 세운다. 그러나 인간은 헤아릴 수 없는 다각형의 존재. 편견을 걷어내고 보면 유정의 또 다른 본 모습들과 순수한 욕구를 느낄 수 있다.


유정에겐 분명 아주 어둡고 공격적인 면이 있지만 사랑하는 이에 대한 따뜻함도 방향이 다를 뿐 가짜인 것은 아니다. 나 역시도 친절하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때로는 무심하고, 또 때로는 공격적이기다. 그 중 한 가지 모습만 진짜인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이 순수한 본성이며, 이들의 집합체가 '나'라는 하나의 인격으로 통합되는 것이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라는 말은 사람들 간의 이견을 수용할 때만이 아니라 한 개인의 인격이라는 범주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치즈인더큐팸


우리는 착하고 나이스해야만 할 의무가 없다. 때로는 이기적이어도 되고, 때로는 어리석고, 때로는 유치해도 괜찮다. 유정은 자신의 미성숙한 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 어려웠던 인물이다. 추측해보건데 그런 모습을 보이면 자신이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받을 수 없을 것이란 신념이 그로 하여금 자신의 공격성과 부정적 감정들을 억압하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억압된 감정들은 사라지지 않고 쌓이고 쌓여 결국 발하고만다. 가볍게 말로 표현하고 풀 수 있는 질투심이 심각한 폭력으로 분출되고, 상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되는 것이다.


유정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변인들이 먼저 다른 시각으로 유정을 바라봐주는 것이다. 꼭 잘하고 착하기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그렇지 않아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그가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유정의 연인, 홍설이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 역시 상담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 그런 주변인이 되려 노력한다. 관계가 편해지고 익숙해지면서 아이들이 실수하고 잘못하기 시작할 때, '분명 잘못은 했지만, 네가 다음 번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마음을 다잡는다. 물론 홍설처럼 귀엽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그래봐야 상담은 고작 1주일에 한 시간. 평생 아이를 품고 끌어줄 사람은 결국 부모다.


내가 만들고 있는 환경


흔히 얘기하듯 환경이 바뀌면 사람도 바뀐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자신이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을 간과한 채 살아간다.

내가 달라지면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나'라는 환경의 영향을 받아 변화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들의 변화는 같은 과정을 반복하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잊지말자. 우리는 환경의 영향을 받는 개인인 동시에, 다른 이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환경 그 자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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