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에서는 아이의 시각 발달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면서
몇 가지 생각들을 주저리주저리 풀어내보려 합니다.
생후 초기의 아이들은 약 20 - 30cm 떨어진 사물을 가장 잘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엄마의 품에 안겨있을 때 보이는 엄마 얼굴이 딱 이 정도 거리에 해당하지요.
특히 생후 1개월부터 아이는 특정 형태를 선호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 바로 얼굴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엄마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면 눈을 떼지 못하고 뚫어져라 바라보지요.
잠시 아이와 눈을 맞추는 상상을 해보세요.
나의 마음이 무엇으로 채워지는지.. 느껴지시나요?
심리 상담을 할 때 상담사들은 감정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합니다.
'생각'은 가끔 자신을 속일 수 있지만
'정서', '감정'이라는 것은 아무리 부정하고 아닌 척해도 진짜 나를 드러나게 해주거든요.
그런데 살다보면 생각은 날이 갈수록 많아지는데
감정은 어디로 다 숨었는지 쉽게 찾을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감정은 '이성적 판단을 방해하는 사사로운 것 따위'로 취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나를 발견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의 마음에 집중하고 감정을 인식하는 경험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나아가 누군가와 소통할 때의 핵심도 결국은 '감정'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감정이 교류하고 마음이 움직일 때
우리는 비로소 피상적이거나 가볍지 않은, 진짜 만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육아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순간 순간 내 마음에 어떤 감정이 새겨지고 있는 지 알아차리고, 이를 아이와 나누는 것.
아이의 정서 발달에 이 보다 더 좋은 방법이 또 있을까요?
마음을 알아채는 연습을 하면서 다음 이야기를 이어보겠습니다.
생후 2개월 무렵 아이는 사물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됩니다.
이 시기에는 흑백 대비가 강한 모빌을 달아주는 것이 초점 맞추기 연습에 도움이 되지요.
컬러가 들어간 모빌은 3개월 무렵 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쯤되어야 아이에게 색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거든요.
헬렌켈러가 말했듯 본다는 것은 아주 큰 축복입니다.
우리는 평소 오감 중 80% 이상을 시각에 의존하며 이 축복을 충분히 누리고 있지요.
그러나 생각에 사로 잡혀 감정을 잃듯,
보이는 것에 너무 집중하다보면 더 중요한 것들을 간과해버릴 수 있습니다.
돈이나 옷, 예쁘고 잘생긴 외모와 같이 눈에 보이는 것들이 아주 중요한 시대입니다.
하지만 세상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꼭 지켜야 할 가치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주는 사랑을 경험하면서 부모-자녀 간의 사랑을 배웁니다.
또 엄마와 아빠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부부 간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지요.
나아가 우리 엄마, 아빠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대하는 모습을 통해 어른을 공경할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를 자연스레 익히게 됩니다.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자기 자신을 잘 지키고 가꾸는 방법도 알려주어야 하고,
우리 사회가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도덕과 규칙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때로는 더 중요한 가치를 위해서 물질적인 것을 포기하는 모습도 보여줄 수 있어야겠지요.
생후 5 - 6년이면 아이의 시력은 완전한 수준에 이르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 후에도 꾸준히 발달해 갈 것 입니다.
그리고 이때 부모는 좋든 싫든, 아이의 중요한 참고서가 될 테지요.
물질을 위해 본질을 포기하는 것이 당연시 되어가는 작금의 시대에
'나는 과연 괜찮은 참고서가 될 수 있을까' 자문해봅니다.
늦었지만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가슴이 더 먹먹해지는 하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