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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Jan 30. 2020

하루에 3만자 쓰는 방법

이것만 알면 당신도 하루에 3만자를 쓸 수 있다.

하루에 3만자 쓰는 방법     


 굉장히 오랜만에 글을 올리는 것 같지만, 오랜만에 글을 올리는 게 맞다.      


 바쁘다는 말은 정말 핑계일지도 모른다. 그것도 만능키다. 바빴다는 말 한마디면 모든 게 용서가 된다. 근데 막상 파고 들어보면 정말 바빴는지 그것도 의문이 들긴 한다.      


 세상에 안 바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 바쁘게 산다.     


 몇 달 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음에도 틈틈이 브런치에서 구독이니 이거저거 알림이 올 때면 살짝씩 찔리기도 한다.     


 그런데도 변명을 해 보자면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

첫번째로 유료 연재에 들어간 작품이 처참하게 망함 + 독자들에게 욕을 엄청 먹어서 멘탈이 반쯤 나갔었다.     


 유료 연재의 단점이긴 한데. 단행본처럼 끝난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욕을 먹으면서 성적이 낮으면서 계속 글을 써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동반한다.     


똑같이 벽 보고 쓰는 거지만, 단행본은 이 작품이 출간됐을 때 잘 될 거야! 라는 기대를 품고 글을 쓴다면. 유료 연재가 망해버리면 뭐랄까. 정말 돈도 안 되는데 부터 시작해서. 응원하는 사람도 없이 나 자신과 싸움을 해야 한다.     


1월 초였나에 간신히 단행본용 외전까지 마무리를 지었다. 그래도 써야 한다. 작가니까. 내가 시작한 글이니까. 정말 다행히 주변 작가와 담당자님의 위로에 열심히 완결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쿠바에 갔다 왔다. 이틀 전에 귀국했는데. 43일인가 46일인가를 다녀왔다.      


학창 시절에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밤새서 소설이나 보고 소설 쓰고 했던 사람인지라 영어도 못 하고. 스페인어도 못 한다. 할 줄 아는 건 일본어뿐 ㅎㅎ      


그래도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었고, 이렇게 한국에 잘 돌아왔다.     


좋은 소식은 처음 낸 유료 연재 작품이 2019년도 플랫폼 상을 받았다는 거. (그 소식을 들은게 12월 말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트로피는 아직도 감감무소식 ㅎㅎ)     


올해 안에 대학을 졸업하고, 정말로 전업 작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점.


그리고 판타지 첫 작 네이버 심사가 무사히 통과했다는 거! (>_< 사실 이게 가장 기쁘다.)


물론, 매열무 확정은 아니지만, 연재 자체는 확정이다.     


판타지 작가가 아닌 데다가 심지어 다른 소설 원고도 있어서, 틈틈이 쓰고 엎고만 5번을 넘게 하고, 정말 힘들게 심사를 넣었던 터라. 너무 좋다.     


이건 작품이 안 팔려도 기쁠 것 같다. 0_0      


생계도 있고, 요즘은 선뜻 무료 연재를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쓰고 싶은 작품이 있어도 결국은 플랫폼 심사를 통과해야 글을 쓸 수 있게 되어 버린다.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도 욕망이지만, 글을 쓰고 싶은데 쓰질 못하니까. 그 답답함이 더 크다. 그래서 요즘은 출판사에 나 돈 안 벌어도 되니까 그냥 제발 글만 쓰게 해 주세요!! 선인세 낮아도 돼요!! 심사 붙여만 주세여 ㅠㅠ이러고 운다. (물론, 심사 결과는 ㅎㅎㅎㅎㅎ 출판사가 아니라 플랫폼 마음이다.)     


 쿠바에서 새해를 보냈기 때문에. 사실 벌써 2020년이 한 달이 지났다는 게 실감이 안 된다.

올해도 바쁠 예정이다. 근데 내년도 바쁘고 내 후년도 바쁠 거다. 그러니까 어차피 바쁠 거.      

올해는 좀, 시간 내서 브런치 글도 꾸준히 올려 보도록 최대한 노력해보겠다.     


서론이 길었지만.      


하루에 3만 자를 쓰는 게 과연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웹 소설을 쓰다 보면 글자 수에 익숙해진다. 사실 글을 많이 쓴다고 해서 그게 다 좋은 글이 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웹소설 작가는 ‘글자수’에 익숙해질 수 밖에 없다. 단행본 글자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유료 연재를 하려면 맞춰야 하는 글자 수가 있기 때문이다.     


웹소설 작가가 아닌 사람에게. 몇만 자를 썼다고 말을 해 봤자 소용이 없다. 그게 어떤 건지 가늠이 안 되니까. 당연한 거다.     


글자수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충분히 설명한 것 같다. 보통은 작가들이 말을 하는 <글자 수>는 ‘공백 포함’(공포)글자 수이다.     


공미포(공백 미 포함) 글자 수를 이야기가 있긴있다. 근데 이건 주로 리디북스 쪽의 이야기이다. 리디북스에 나와 있는 글자 수는 공미포 글자 수다. 참고로 원래 없었는데, 새로 생겼다.    

 

 ‘글자수 장난’을 치는 출판사가 생긴 탓에 독자들로부터 무수한 항의를 받아 책에 글자수 공개 시스템이 들어가게 되었다. 어디라고 말은 못 하겠지만, 워낙 유명한 이야기라 업계에 조금만 있으면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있는 이야기다.      


글자 수를 공개하는 플렛폼은 리디북스밖에 없지만, 다른 플렛폼에 진출한 출판사들도 글자수 장난을 안 친다고는 말 못 한다. ^0^ 그러나 말을 하지 않겠다.     


다시 돌아와서 보통 공미포, 공포 이렇게 이야기를 하긴 하지만. 그냥 작가들끼리 글자 수를 이야기하면 90% 정도는 공백 포함을 암묵적으로 함축한다.     


즉, 저 1만 자 썼어요. 이렇게 말을 하면 공백 포함 1만 자를 썼다고 보면 된다. ㅇㅁㅇ 그러니까 유료 연재 한화가 공백 포함 5천자 근처니까 대충 2화를 썼다는 뜻이다.     


3만자는?

하루에 6화분을 썼다고 생각하면 된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보통 (작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A4용지 한 장을 소설로 가득 채우면 평균 천자 정도가 나온다. 그러니까 하루에 3만 자는 A4용지 30장의 작문을 하루 만에 했다고 보면 된다.    

  

단행본이 보통 공백 포함 12.5~15만 자가 한 권이다. 그 작가가 하루에 3만자를 5일동안 쓰면 5일 동안 책 한 권의 분량이 나오는 셈이다.     


 글을 많이 쓰다 보면 감이라는 게 존재한다. 작가마다 정말 스타일이 다르고 다 다르고, 요즘 한글 최신판에는 실시간으로 글자수가 표시가 되긴 하지만 그래도 얼추 알 수 있다.     


굳이 글자수를 안 봐도 아 이 정도 쓰면 5천 자가 되겠구나. 그러면 정말 귀신같이 5천 자가 딱 맞는다. 이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유료 연재를 하는 작가는 매일매일 5천자씩 나눠서 글을 쓴다. 1년을 그렇게 썼다고 하면 5천 자씩 365번을 쓴 셈이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 누구나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이건 정말 불변의 진리다.   

  

20살 무렵에 주방 알바를 처음 시작했다. 초밥을 만드는 알바였는데, 생전 초밥이라고는 만들어 본 적도 없었다. 처음에 만들었던 초밥을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하면 정말 끔찍했다. 그걸 손님에게 나갔다는 게 미안할 정도로.


거기에 김밥을 말아 본 적도 없는데, 김밥보다 난도가 높은 누드롤까지 만들어야 했다.     


롤은 다 터지고, 초밥은 크기도 엉망진창에 가끔 소스를 틀려 나가기도 해서 혼이 났다.


주말마다 짧으면 8시간에서 길면 12시간씩 4년을 일 했다.     


롤은 30초마다 한 개를 싸고, 초밥은 기계로 찍은 것 처럼 정확하게 나왔다. 한번은 본사 직원이 와서 양 검사를 하고 간 적이 있는데 ㅎㅎ (사실 건수잡으려고) 내가 만든 초밥이랑 롤의 무게를 쟀다가 다 똑같이 나와서 아무 말도 못 하고 돌아간 웃픈 이야기가 있긴 하다.     


처음부터 잘 한 게 아니다. 많이 하다 보니까, 반복해서 하다 보니까 할 줄 알게 되었을 뿐이다.     


하루에 3만자를 쓰는 방법! 이라고 제목을 달았지만, 이건 사실 하루에 3만 자를 권고하는 내용은 아니다.


이것만 알면 당신도 3만자를 쓸 수 있다고 했으니 3만자를 쓰는 방법을 알려 주겠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컴퓨터에서 앉아서, 새벽 2시까지 글을 쓰면 된다. 밥먹고 글만 쓰면 된다.

글쓰는 속도가 느리다면 카톡 끄고 인터넷 다 끄고, 글만 쓰면 된다.

근데 이런 짓 하고 싶은가! 이건 고문이다!! 수험생도 아니고 말야.


간혹 작가들 사이에서 전업하려면 하루에 1만자 이상은~ 2만자 이상은 써야 한다. 그것도 못 쓰는 사람이 무슨 전업이냐. 이러면서 같은 작가가 작가를 후려치거나 기분 상하는 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솔직히 작가마다 속도는 다르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 손이 느려서 8시간 동안 일 해도 3천 자밖에 못 쓰는데 다른 작가에게 ‘작가님은 하루에 3천 자 밖에 못 쓰는데 어떻게 전업을 해요?’ 하고 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말 무례한 말이다.     


1년 동안 하루에 3천 자씩만 꾸준히 써도 100만 자다.


100만 자면, 장편 소설 200화 분량이고. 15만 자 기준 단권 7~8권을 출간할 수 있는 분량이다.      


하루에 만자, 이자씩 쓰는 작가에 비교하면 적을지는 몰라도 크게 보면 절대 적은 분량은 아니다.     


 세상엔 잘난 작가들이 참 많다. 아무것도 모를 때는 내가 가장 잘난 작가인 줄 알았지만, 우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많은지 실감이 될 것이다.     


필자도 많이 쓰면 (소설만) 하루에 공백 포함 4만 자까지 써본 적이 있다. 하루에 3만 자씩 일주일 만에 한 권씩 마감을 친 적도 있다.     


 주변에서 다 대단하다고 말하지만, 분량만으로 대결한다면 필자보다 더 독한 사람도 봤다. 스톱워치 켜놓고 20시간 넘게 글을 작가님. (해당 스톱워치는 타자를 칠 때만 스톱워치가 돌아간다. 몇초라도 멈추면 아웃 -_- 미친 거다)이라던지 하루에 5만 자 넘게 썼다는 작가님도 있다.     


1년 치 소설 비축분이 있다고 하는 분도 뵀다. 이런 작가님들 보면 하루에 3만 자 썼다고 자랑하는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근데 막상 해보고 느낀 건. 하루에 3만 자씩 쓰면 뭐하는가!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하루에 3만 자씩 1년을 쓸 수는 없다. 일주일도 힘들다.

예를 들어 월요일 3만자를 썼다 싶으면. 다음날은 정말 탈진 상태가 와서 아무것도 못 한다.

최소 목요일 즈음부터 정신이 돌아온다.     


그러면

월요일 3만 자

화요일 0자

수요일 0자     


그러면 결국 하루에 만자씩 월, 화, 수 썼으면. 3만 자 되는 건 똑같다.

몰아서 쓰고, 화 수에 놀면.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놀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차라리 월요일 만자. 화요일 만자. 수요일 만자. 쓰면 그 날 저녁은 편하게 보낼 수 있다. 꾸준히 써서 저녁에 마음 편하게 노는 게 낫다는 소리다.     


저건 그냥 예시고. 하루에 만자씩 쓰라는 건 아니다.     


한 달 마감이 18.5만 자였던 적이 있다. 출판사에 매달 저만치 원고를 줘야 했다. 그렇게 한 6개월을 한 것 같다. 당시에 마감을 어떻게 했냐면.     

마감 일주일 전부터 시작했다.     


담당자님에게 일주일 전 즈음에 연락이 온다. ‘작가님 ㅇㅇ 작품 집필은 잘 되고 계시죠? 이번 달 원고는 문제없이 전달 가능할까요?’ 대충 이런 식인데.     


그러면 그때부터 쓴다.

ㅋㅋㅋㅋㅋㅋ     


옛날 종이책 장르 작가님들이 정말 마감독촉 연락받고 나서 일주일 만에 한 권씩 쳤다는 게 농담이 아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3만자씩 쓴다. 그러면 대충 15만자가 나오고. 토요일 남아 있는 2.5만 자를 쓰고. 일요일 날 전체 교정을 싹 본다.     


그러고 나서 또 2주를 펑펑 놀았다. 저렇게 마감하고 나면 현타가 와서 2주 동안 놀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면 뭐다?

하루에 5천 자씩 30일을 써도 15만 자가 나오니 결국은 똑같다.     


하루에 3만자씩 쓰는 건 가능하다.

그러나 하루에 3만자씩 매일 쓰는 건 불가능하다!


어쩌다가 마감이 밀려서, 혹은 연휴여서...(ㅎㅎ 연휴전에 작가들이 죽어 나간다.), 혹은 정말 약속이 너무 많아서 며칠 글을 못 쓸 때가 아닌 이상 3만자를 무리해서 쓸 필요는 없다.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이기도 한데.


어떤 판무 작가님과 술을 마시다가 분량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분도 하루에 2~3만 자씩 글을 써 본 사람이다. 근데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렇게 글을 쓰니까 질이 떨어지고 있는게 느껴진다. 자기가 대체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고, 분량 채우기만 하는 것 같다.     


어느 정도 공감이 되는 말이다. 3만자를 괜찮은 퀄로 뽑으면 2~3일은 쉬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분명 분량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분량만큼이나 한 화의 내용, 퀄리티도 중요하다.


그리고 느리게 쓰시는 작가님들 중에서는 문장에 대한 강박, 스토리에 대한 강박이 심하신 작가님들이 꽤 있다.     


어떤 문장이 좋을까. 글자 하나하나를 고민하고, 스토리 하나하나를 고민하기 때문에 느려진다. 이게 나쁘다는 게 절대 아니다. 다만 이것도 과하면 스스로를 갉아 먹는 요인 중에 하나다.     


고로 글자수에 대해서도 부담 가질 필요가 없지만, 똑같이 문장과 스토리에도 과하게 부담 가질 필요는 없다.     


중간이 가장 좋은데.


글을 쓰는 건 성격에도 영향이 있기 때문에, 이걸 내려놓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쉽게 내려놓았으면 나도 몇 년 동안 고생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래도 과하다 싶으면 한 번쯤은 되돌아보고, 주변의 말에 귀를 귀울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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