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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Dec 04. 2020

웹소설 작가의 사무실

 사무실 이사 가요! 

2020년은 코로나의 한해이다.

2019년을 쿠바에서 보내고, 2020년 1월 코로나 소식을 한국에서 접했을 때만 해도 이 정도로 일이 커질 줄은 몰랐다.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마스크라도 써야 하는 거 아닌가 하며 경유지인 멕시코 시티 공항을 다 돌아다녔지만 구할 수 없었던 마스크는 이제 일상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솔직히 코로나 이전에는 마스크를 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황사 때문에 마스크 얘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는 건 알고 있었고, 주변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나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귀찮고 숨이 막히니까. 단지 그것 때문이었다.


적응이라는 건 역시 무서운 거다. 이제는 마스크가 일상이 되어 버렸고, 오히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뭔가 옷 하나를 빼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어린이 집에서 선생님들이 마스크를 벗으면 애들이 마스크를 벗은 선생님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해 운다는 이야기였다. 너무 마스크를 오랫동안 써서 마스크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얼굴로 인식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4학년 1학기는 비대면 수업을 했고, 2학기는 어찌어찌 대면 수업을 했다. 기말고사를 2~3주 앞두고 코로나 환자가 다시 증가함에 따라 출판사들은 재택근무, 우리는 다시 비대면 수업으로 돌아갔다.


정말 다행히도 웹소설 업계는 코로나로 인해 당장의 생계에 영향을 받는 직종은 아니다. 그래도 코로나가 많은 것을 바꿔 놓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당장에 괜찮을 거라는 기대를 걸고 예약해 놨던 송년회, 신년회는 전부 취소가 되었다.


그 와중에도 먹고는 살아야 해서 마감을 했다. 예년에 비해 글을 많이 썼냐고 물어본다면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쿠바에 있을 때도 일을 했다. 나는 그때도 내가 일을 한 줄 알았다. 일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다.

한국에 와서 학교를 다니고, 다시 원고를 집필하고 일을 하기 시작하고, 날이 쌀쌀해지고 나니 확 체감이 됐다.

작년에 내가 쿠바에서 한건 '일'도 아니었구나. 그냥 놀았던 거구나.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나은 일이 있을 거라 믿는다.

연말, 새해 분위기가 조금도 나지 않는 2020년이지만.

(지구 종말을 2000년이 아니라 20년 후인 2020년에 가지고 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짐 정리하기 전 자리다! 

기념으로 찍은 건데.

오른쪽에 모니터 하나 더 두는 게 목표다(?).

가끔 지나가는 작가님들이 작가가 무슨 장비가 저렇게 많이 필요하냐며 주식하는 거 아니냐고 놀리고 가시긴 한다.

사실 내 자리만 특이한 거고, 다른 작가님들의 자리는 (아닌 분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단출하시다.

노트북에 거치대, 마우스, 많아봐야 키보드 거치대와 기계식 키보드 정도가 다이다. (사실 일반인 기준에서는 이것도 많은 편이긴 하지만.)




최소한 필요한 것만 내버려 두고 어느 정도 치우니 엄청나게 깔끔해졌다.

하하하.




짐 정리와 이사 준비가 한참인 사무실.

전체적으로 한가해지긴 했다.

현재는 나 혼자 전세를 내고 사용하는 중이다...(다들 사무실 이사가 끝나고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나올 예정)

모아 놓고 보니 무슨 인형이 저렇게 많은지 ㅎㅎ


단점도 많긴 했지만, 장점도 많았던 사무실.

거의 1년 정도 사용한 것 같은데, 새 사무실은 조금 더 조용한 환경에서 집필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돈을 번 한 해라고 하기보다는 돈을 쓴 한해긴 했지만, 올해 했던 삽질들이 전부 내년에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판타지 연재도 안정적으로 하고 있고, 로판 심사 원고도 넘겼고, 1월에 출간도 할 예정이고 차기작도 12월부터는 시작을 할 예정이다.

거기에 강의 준비까지ㅇ0ㅇ


정말 바빠서 브런치 글을 못 올렸는데, 비대면 수업이 되면서 여유가 조금 생겨서.

다시 조금씩 글을 써 보려고 한다.


어쨌든 이 글을 보는 모든 작가님들의 글이 대박 나길 바라며.

2020년 한 해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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