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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Dec 26. 2022

브런치에 올리는 100번째 글.

100.

이 글은 내가 브런치에 올리는 100번째 글이다. 내가 벌써 100개의 글을 쓰고 올렸다니.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나 스스로가 너무 기특하고 대견하다. 아주 칭찬해.     


내가 처음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건 작가가 꿈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나에게 브런치라는 곳이 있으니 도전해 보라는 지인의 제안 덕분이었다. 처음 들어본 브런치라는 곳은 도대체 어떤 곳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작가 신청도 하지 않고 먼저 둘러보러 들어온 적이 있었다. 작가가 되지 않은 내가 바라본 브런치는 아주 신선한 곳이었다. 글도 써서 올리고 제안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 그리고 구독자가 1000명이 넘는 작가님들, 책을 출간한 작가님들, 유명인 등등 감히 나와 겨룰 수 없는 존경스러운 작가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중 내가 가장 존경스러웠던 작가님들은 바로 글을 꾸준히 올리는 작가님들이었다.     


글을 꾸준히 올린다는 건 글을 잘 쓰는 것보다도 꽤 어려운 일이다. 브런치는 주업도 안되고 일정 금액의 월급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누가 내 글을 읽고 무엇을 느꼈는지 피드백이 되지 않는 곳이다. 그런 곳에 꾸준히 매일 다른 내용과 다른 글자로 일정 길이 이상의 글을 올린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처음 내가 작가 신청에서 합격했을 때는 설레고 두근거리는 마음이 가장 컸지만 나의 모든 소재가 탈탈 털려서 더 이상 쓰고 싶은 글이 없어질까 봐 그것이 가장 무서웠다.       


그런데 수필, 소설이라는 게 어떻게 써지는지도 몰랐던 망나니 같았던 내가 벌써 백개의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렸다. 물론 그 백개의 글이 전부 찬란하고 한치의 부끄럼 없는 자랑스러운 글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총 4번의 연재를 마무리해서 브런치 북을 발행했고 지금도 5번째 연재를 진행 중이며 꾸준히 백개의 글을 차곡차곡 채웠다고는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백개의 글을 발행한 기념으로 처음 올렸던 글을 오랜만에 읽어보았다. 


예상대로 그 결과는 참담했다. 자신이 예전에 쓴 일기를 다시 읽어보는 것과는 아주 다른 느낌이다. 일기는 그 시절의 나의 감정을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는 타임머신 같은 존재라면 내가 쓴 에세이는 뭐랄까. 열심히 공부했지만 100점 만점에 10점짜리 시험지를 받아 보는 기분이다. 한마디로 아주 부끄럽다는 이야기다. 그때는 '이 정도면 괜찮아 재미있게 썼어'라고 생각하고 글을 발행했는데 왜 지나고서야 읽으면 쉼표 하나까지 부끄러울까.     



유명한 작가들도 지난 자신의 글을 읽으면 이런 기분일까. 아니 아니 내가 지금 누구랑 비교하는 거람. 나는 오늘도 브런치에 흑역사 하나를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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