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시기란?
뭘 해도 재미없는 시기라는 뜻으로 대충 붙인 이름이다. 누군가는 인생 권태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 나의 브런치 스토리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눈치챘을 것이다. 나는 요즘 노잼시기다. 뭘 해도 재미없고 흥미가 떨어진다. "뭐 신나고 재밌는 일 없을까?"라는 말이 입에 붙어서 하루에 한 번은 하는 듯하다.
노잼시기는 왜 오는 것일까. 이 노잼시기는 상대적으로 10대 20대보다는 30대에 들어서 자주 느껴진다고 한다. 아마 10대와 20대보다는 비교적으로 순탄한 30대에서 노잼시기를 주기적으로 느끼는 게 아닐까. 노잼시기가 오는 건 어쩌면 순탄한 삶을 살고 있다는 긍정적인 사인으로 보아도 되는 것일까.
처음에 노잼시기가 왔을 때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우울하고 가라앉은 마음에 고민이 많았다. 고민을 하고 노잼시기를 극복하고 다시 노잼시기가 찾아올 때마다 어쩌면 노잼시기는 나를 되돌아보고 스스로 나를 토닥여줄 수 있는 시기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여기서 그동안 알아낸 나만의 노잼시기 극복 노하우에 대해서 공유하고 싶다.
첫 번째. 맛있는 것을 먹어라.
정말 단순해 보일 수 있는 맛있는 것. 나는 음식이 주는 힐링의 크기가 생각보다 아주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이다. '우울할 때는 고기 앞으로 가라'는 명언도 있지 않은가. 일단 노잼시기일 때는 입맛도 없을 테지만 평소 먹고 싶었는데 조금 고가여서 먹지 못했던 것 혹은 평소 먹고 싶었던 것을 일단 한번 먹어보자. 한입을 먹으면 기분이 사르르 풀리고 두입을 먹으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술을 한잔 곁들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두 번째. 여행을 가자.
꼭 멀리가 아니어도 좋다. 노잼시기에는 주변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늘 만나던 사람 늘 가던 곳 늘 하던 일이 아니라 처음 가보는 곳 처음 만나는 사람 처음하는 일을 해보면 처음이 주는 매직에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물론 멀리 여행을 가면 더 좋겠지만 시기적으로나 상황적으로 그게 어렵다면 당일치기나 일박 이일여행으로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와 보자.
세 번째. 유명하고 재미있는 책이나 영화를 보자.
내가 무언갈 하기에 제약이 많고 할 수없다면 책이나 영화만큼 나를 다른 곳으로 순간이동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오롯이 책에 집중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그 흔한 영화관에라도 가서 혼자 재미있는 영화를 보자. 짧게는 1-2시간만으로도 그 책에 푹 빠지거나 영화 속으로 들어간 기분을 느끼면 순간적으로 세상이 재밌다고 느낄 수 있다.
네 번째.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하자.
만약에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다면? 그럼 아무것도 하지 말아 보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지겨워질 때까지 말이다. 낮잠을 자던지 만화책을 보던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실컷 하면서 아무 생각 하지 말아 보자. 노잼시기가 왔다면 우리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일상의 지루함을 유지하면서 괴로워하지 말자.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어떤가. 나만의 노잼시기 극복법이 말이다. 뻔해 보일 수 있지만 노잼시기에는 아무런 의욕도 생각도 나지 않기에 이 글을 읽고 하나라도 시도해 보자. 세상에는 아직 내가 해보지 못한 것, 먹어보지 못한 것, 가보지 못한 것이 무궁무진하다. 벌써 지치고 힘들고 노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럴시간에 하나라도 해보고 먹어보고 가보자.
노잼으로 지내기에는 내 시간이 너무 유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