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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May 31. 2023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

글테기 극복기

 하얗고 텅 빈 종이를 볼 때 나의 무의식 속에서 하얀 종이에 쓰이는 단어 하나, 부사, 형용사들이 꼭 특별하고 특출 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강박이 있었나 보다. 요즘 들어서 종종 쓰던 에세이나 짧은 소설을 이어 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 배경에는 남들보다는 조금은 달라야 한다고 나 스스로를 옥죄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내 생각을 조리 있게 적어 내던 재미있는 글쓰기가 따분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디부터 손을 보고 어디부터 생각을 해야 이 따분함을 없애고 다시 자유롭게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을까.      


 그것의 이면에는 공모전에 당선되고 싶다는 욕심, 브런치스토리 매인글에 올라가고 싶다는 욕심, 누군가 칭찬해 주길 바라는 욕심이 있었다. 그 욕심들이 모여 나의 손에 스스로 수갑을 채웠다.    


 그 수갑은 이사한 지 몇 개월 만에 남편이 예쁘게 꾸며준 집필실에 멍하니 앉아있는 것조차도 버거웠다. 내가 여기에 앉아있는 것이 과연 맞는지. 나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인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철학적인 생각들과 맞물려 나의 눈과 귀도 가렸다.   


채워진 수갑과 닫혀버린 청각과 가려진 시야에 무기력해진 나날들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일정 취소로 갑자기 혼자만의 텅 빈 시간이 생겨버렸다. 예전 같으면 당연히 집필실에 앉아 신나게 키보드를 두들겼을 테지만 당시의 나는 집필실이 나를 잡아 삼킬 것만 같아서 모른 척 리모컨을 들고 애꿎은 드라마를 돌려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꼭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꼭 특별하고 특출 나야만 되는 것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어차피 나는 세상에 한 획을 그을 만큼 유명한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인데 단 한 번의 글만으로 모든 것이 마법처럼 이루어질 수 없지 않을까. 그 궁금증들이 쌓이고 쌓여 나를 다시 집필실로 밀어 넣었다. 그렇게 힘들게 들어선 집필실에 멍하니 앉아서 핸드폰으로 한참을 다른 것을 찾아보고 쇼핑을 하며 마치 글을 쓸 생각 따위는 없다는 듯이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전전긍긍이었다. 그런 나 스스로가 부끄러워 숨을 돌리고 다시 나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펼쳐진 빈 한글페이지에서 한 글자씩 두드리다 보니 또다시 이야기의 흐름이 생기고 꺼내어지는 단어 하나하나에 재밌어하는 나를 발견하고 웃음이 나왔다. 이럴 거면서 왜 그렇게 전전긍긍한 것인지. 결국 내가 원하는 건 하나뿐일 텐데.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 이대로도 좋아. 나는 글을 쓰고 싶어. 이 복잡한 생각과 머리를 어딘가에 털어 넣고 단 한 명이라도 내 글을 읽어준다면 특별하지 않아도 나는 정말 괜찮아. 


 오늘도 글테기 극복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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