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치위생학과에 진학할 때만 해도 치위생사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13년이 흐른 지금. 이제는 누구에게 치위생사가 직업이라고 말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며 알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치위생사가 무슨 일 하는 사람인지 모른다고 하더라도 치과에서 일하는 구강 보건위생을 담당하는 의료기술 전문직이라는 정도만 알아두어도 이 글을 읽는 데는 큰 무리가 없겠다.
10년 만에 치위생사의 직업이 무엇인지 대중이 알게 된 데 이어 내가 이 글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은 누구나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치과에서 일하는 치위생사라는 직업이 가진 고충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혹은 치위생사를 꿈꾸거나 취업을 준비 중인 예비 치위생사라면 이 글로써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지원했으면 좋겠다. 포털 사이트에서 몇 줄의 글만 읽어보고 치위생사라는 직업을 결정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공적이면서도 사적인 정보를 제공해 주고 싶다.
순간의 선택이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이십 년 넘게 나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으니 이 글을 진지하게 읽어보고 결정했으면 좋겠다. 13년을 치위생사로 일했고 총 3번의 이직을 했고 진료실에서 데스크 상담까지 모두 겪어본 경험자로서 객관적인 사실을 말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엄격한 선배보다는 단지 먼저 겪어본 경험자로서 지금 막 시작하려는 당신에게 노하우 몇 개 정도는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혹은 치위생사의 삶이 어떠한지 평소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맛보기라도 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먼저 짚고 넘어가자면 치위생사는 의료인이 아니고 의료기사다.
의료인이란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조산사를 말하며 의료기사란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과기공사 및 치과위생사가 있다.
이것의 차이를 단순히 말하자면 의료기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나 검사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즉, 종래 의료인이 하던 업무를 일부 분리하여 전문성을 강화한 업종이라 할 수 있다.
처음 의료법을 공부하면서 이 글을 읽었을 때 ‘이게 뭐야 지도 아래면 우리가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뭐지’라며 굉장히 억울했다. 그렇다. 우리는 의사나 치과의사의 지도가 없이는 단독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의료기사는 의료인들보다 배우는 양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지도하에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래서 치위생사는 힘이 없다.
차라리 많이 배우고 시험이 어려워도 좋으니 치위생사의 파워가 지금보다는 강해졌으면 좋겠다.
'치위생사는 의료인이 아니라서요?'는 주 1회 연재하며 추후 브런치 북으로 발행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