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병원으로 손꼽는 곳이 두 군데가 있다. 첫 번째 산부인과 or 비뇨기과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치과다. 아무래도 두 병원의 공통점은 가장 통증이 심하기도 하고 비밀스러운 부분을 남에게 보여준다는 게 겁이 난다.
게다가 치과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소름 끼치는 스케일링 소리가 더해져 공포심을 강화한다. 그래서 간혹 소리를 듣기 싫어서 이어폰을 꽂고 진료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무섭다고 소리를 안 듣고 진료를 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다.
환자분이 지금 얼마나 아픈지 혹은 앞으로 어떤 진료를 할 건지 중간중간 설명을 하고 (물론 환자분은 대답을 못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진료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우리도 계속 환자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고 혹시나 환자분이 깜짝 놀라 움직이면 얼굴에 상처가 생길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치위생사는 귀마개 한 분들을 보면 불안하다.
그리고 치과 의자는 또 얼마나 무서운가. 일단 환자의 몸을 뒤로 젖힐 수 있는 만큼 젖혀야 입안을 잘 볼 수 있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환자분을 눕히고 우리가 그 옆에 가까이 앉아야 한다. 그래서 치위생사는 어색함 따위는 생각 못 하고 가까이 붙어 앉아 입안에 고이는 물을 빼 드리고 불편한 게 없는지 환자의 손을 계속 살핀다. 환자의 손이 조금 움찔거리는 것도 치위생사들은 다 살피고 있다.
또 모르는 사람이 내 입안을 들여다본 다는 건 얼마나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인가. 하지만 치과의사와 치위생사는 하루에 적어도 수십 명의 입안을 들여다보므로 부끄러워하거나 안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과 인사로 손을 잡기보다는 입안을 들여다보고 가까이 앉아 이야기를 하는 건 치위생사의 숙명이다.
혹시 예비 치위생사들이 자신의 mbti가 I라고 미리 걱정하지 않길 바란다. 나도 I다. 하지만 일할 때와 평소 성격은 다르므로 소극적이라고 이 직업으로 일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고 생각한다. 1:1로 환자와 응대할 때가 많고 대부분의 환자들이 치위생사와 치과의사의 말에 귀 기울여 주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일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진료받는 치과가 소독이나 멸균이 잘 되고 있는지 걱정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예전에 한참 문제가 되어 치과의 멸균에 대해 민감하신 분들이 많다. 하지만 일반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이것까지 소독을 한다고?라고 생각할 만큼 기본적인 소독과 위생의 개념을 배운 사람들이므로 양심 없이 진료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내가 13년 동안 만나본 치과인들은 피곤할 정도로 소독을 철저히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자신이 일하는 일터를 더러운 세균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치위생사는 없다. 그러니 조금만 치과에 대한 신뢰감을 갖고 치료를 하러 와 주셨으면 좋겠다.
치과라는 특수한 공간은 입안을 잘 치료하기 위해 최적화되어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무서움이나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악어새가 악어의 입안을 청소해 주는 것처럼 나의 입안을 청소해주는 공간이라고 친숙하게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사실 저도 치료받으러 출근하는 날이면 치과가 조금 두렵기는 합니다만.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