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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치위생사는 의료인이 아니라서요?

by 박성희

전국에 82개의 치위생학과가 있고 매년 5천여 명의 치위생사가 배출된다. 치위생사는 전문직이고 출퇴근 시간이 명확하며 취업도 잘되고 보수도 적지 않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치위생사는 수명이 짧고 이직률이 높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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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들 치위생사를 때려치우는 것일까.


13년을 일해 온 내가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취업이 잘되기 때문이다. 취업이 잘되는 건 장점이 아니냐고? 당연히 장점이다. 하지만 취업이 잘 되기 때문에 이직률도 높고 처음부터 치위생사가 꿈이라서 진학한 사람은 거의 드물다. 취업이 쉬어서, 보수가 괜찮아서 도전했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다른 업종으로 갈아타는 사람도 많고 쉽게 그만두고 다시 취업할 수 있으므로 힘들면 그냥 그만둬 버리는 것이다.



그까짓 게 얼마나 힘들다고 쉽게 그만두냐고?


생각보다 치위생사는 많이 힘들다. 전문직이지만 치과라는 공간에서 생기는 잡일을 모두 도맡아 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며 서비스직으로 생각하는 일부 환자들의 욕받이이며 여자들끼리 일하는 공간이라 텃세도 심하고 치과의사라는 사장이 절대 만만치 않다.


물론 내가 회사생활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생활과 공정하게 비교해서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아끼는 동생이 치위생학과를 가려고 한다면 진지하게 안 좋은 점을 말해주고 다시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다른 의료기사 보다 월등히 여자의 비율이 높아 남자 치위생사를 찾기 힘들고 유독 단합이 안되며 보수교육 이수율도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것은 치위생사협회의 제도적인 문제가 많다. 보수교육을 열심히 들어도 안 들어도 차별이 없으며 치위생사가 된 후로 13년 동안 협회에서 그 흔한 공지나 관리 명목의 연락이 한 번도 없었다. 이 정도면 협회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없다고 해도 무관하지 않나 싶다. 도대체 협회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아직까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아무래도 환자를 직접 대하는 직업으로 외적인 부분을 중요시하는 사장들이 많다. 그래서 일할 때 불편한 치마를 입히는 곳도 있고 나이가 많으면 꺼려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동네에 있는 내과, 한의원, 피부과, 어디를 가도 나이가 많다고 내원하는 환자들이 싫어하지 않는데 왜 치과에서 일하는 치위생사는 나이를 운운하는지.



그 이유는 아무래도 연봉에 있지 않나 싶다.

연차가 쌓일수록 줘야 하는 기본급이 있고 삼십 대 중반이 넘어서면 출산, 육아에 대한 제한이 많고 연차가 많다고 3~4년 차 치위생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므로 구태여 많은 돈을 주며 번거롭게 연차 많은 사람을 쓰고 싶지 않은 사장들의 니즈이다.


만약 치위생사가 의료인이었다면 어땠을까. 간호사처럼 더 체계적이고 파워도 있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힘들게 딴 면허증을 서랍에 처박아 버리는 일들이 지금보다는 줄어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치위생사가 의료인이 아니라서 이런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도달한 결론은 우리 스스로가 치위생사라는 직업을 가볍게 생각하기 때문에 협회도 치과의사도 환자도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대우하지 않는데 누가 우리를 대우해 줄 수 있을까.


우리는 충분히 전문직이고 누구보다 구강위생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므로 전국의 치위생사들이 조금만 더 자신감을 갖고 일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대우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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