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을 일하면서 지켜본 결과 치과에 방문하는 환자에게도 유형이 있다.
첫 번째. 감사형. 다행히도 치료를 안 아프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로 우리를 하루 종일 기분 좋게 해 주시는 분들이 제일 많다. 그럴 때면 정말 뿌듯하고 내 일에 대해 만족한다. 혹은 치과로 무언갈 보내서 감사의 표시를 해주시는 분들. 생각나서 사 왔다면서 툭툭 주시는 분들이 있다. 물론 이런 걸 주시지 않아도 간단한 미소만으로도 치위생사들은 보람을 느끼며 일한다.
두 번째. 의심형. 행동 하나하나 할 때마다 지금 뭐 하는 거냐며 물어보고 재차 확인하는 유형. 치과라는 무서운 공간에서 생기는 경계심에 그러시는 분들이 간혹 있다. 하지만 듣는 치위생사는 지금 나를 못 믿어서 그런가라는 오해를 하기 십상이다. 혹시 무서워서 그러신다면 무서워서 그러니 뭐 하는 건지 미리 말해달라고 양해를 먼저 구한다면 오해가 생기는 걸 피할 수 있다.
세 번째. 무관심 형. 환자에게 환자분의 전반적인 치아 상태를 설명하고 비용과 치료 기간을 낱낱이 모두 설명하는 게 치위생사의 업무 중 하나이다. 하지만 간혹 미리 다 설명해 드려도 새겨듣지 않고 무관심한 사람들이 있다. 그래도 혹시 추후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동의서를 받고 종이를 나눠드리지만, 끝까지 무슨 진료를 한 것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있다. 물론 이런 유형은 따지거나 꼬치꼬치 묻지 않아서 편할 수도 있지만 이런 사람의 가족이 의심형이라면 다시 한번 설명하게 되는 불상사를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 마냥 편한 유형은 아니다.
네 번째. money가 젤 중요해 형. 먼저 원장님이 진단을 내려주시면 어떤 요소보다 비용에 제일 민감할 수밖에 없다. 치과는 다른 병원보다 치료비가 비싸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설명을 열심히 해드리는 와중에 그래서 비용이 얼만데?라고 딱 잘라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다. 물론 우리도 비용에 대해 빠짐없이 알리지만 그래도 치료의 과정과 내용에 대해서도 귀담아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다섯 번째. 드물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 말하는 성희롱형. 치과의 특성상 밀접한 거리를 유지하는 환자분들이 이제 막 취업한 20대 초반 치위생사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나도 1년 차 때 스케일링을 막 끝낸 고상하고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고맙다며 한 번만 안아봐도 되냐는 발언을 하셨을 때 내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 당시 나에게 실장님이던 선배에게 진료비 결제 후 얼굴을 들이밀며 내 첫사랑을 닮았다며 손을 만진 아저씨 등등 생각보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들이다.
혹시 내가 어떤 유형에 속하나 생각해 보라고 분류한 것이 아니다. 또한 특정한 유형이 되어달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치과업계에 종사할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하는 말이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으므로 그냥 유형이라고만 생각해주시길. 다만 마지막 다섯 번째는 이제는 없어져야 할 부끄러운 유형이 아닐까 싶다.
치위생사뿐만 아니라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난다. 조금 특별한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뻔뻔한 태도가 필요하다. 당황스러운 순간마다 반응한다면 과도한 스트레스로 상처를 많이 받을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나도 13년째 아직 의연하지는 못합니다만 예비 치위생사들에게 팁을 하나 드리자면 모든 일은 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라는 마음으로 조금 멀리서 바라보시길 권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