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새로 발견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감염질환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팬더믹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터졌다.
처음 코로나가 터졌을 때 에볼라, 사스, 메르스와는 차원이 다른 감염력으로 호흡기 감염이라는 것에 치과는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치과는 많은 영향을 받았다. 줄어든 매출에 오래 일한 직원을 어쩔 수 없이 줄인 치과도 있고 개원을 하지 못한 치과, 문을 닫은 치과도 수두룩했다. 물론 치통이 참을 수 없는 것이라 일부 치과는 영향 없이 꾸준히 환자가 있었다. 하지만 급성통증이 아닌 이상 모두들 치과에 방문하기를 꺼려했다. 무엇보다 치과에 가면 환자는 기본적으로 마스크를 벗어야 했기에 그 두려움이 환자들의 발길을 끊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진료를 하는 우리에게도 있었다. 어느 누가 접촉자, 감염자 일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매일 입안을 들여다보며 혹시 있을지 모를 전염에 대비하고 환자들과 우리를 지키며 진료했다. 마스크 위로 2중, 3중으로 개인보호장비를 하고 체온 체크, 문진표 작성, 손 소독, 입안 소독 실시 후 진료를 보고 진료가 끝난 후 소독시간이 3배 이상 걸리더라도 진료를 해야 했다. 그러다 갑자기 코로나에 걸린 직원이 발생하면 치과는 비상에 걸렸다. 우리는 의료인이 아니기에 자원해서 의료봉사를 나가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최전방에서 싸웠다고 말할 수 있다.
주변에서 코로나 시대에 입안을 보며 일하는 거 괜찮냐며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의료업계 종사자들은 코로나 시대 이전부터 항상 마스크와 함께했다. 게다가 치과는 환자의 입안을 들여다보는 일이기에 글러브와 마찬가지로 항상 필수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 쓴 일상이 답답하다고 불편함을 토로했을 때 사실 우리는 딱히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단지 예전보다 착용 시간이 조금 늘어났을 뿐.
그랬던 코로나가 이제는 팬더믹을 넘어 엔더믹 (종식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발생하거나 풍토병으로 고착화된 감염병)이 되어 가고 있다. 조금씩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제한을 풀고 실외 마스크 착용도 필수가 아닌 세상이 왔다.
사실 나도 처음 치위생사가 되었을 때 마스크를 쓰는 게 답답하고 귀가 아팠지만 소독 멸균 개념을 배운 순간부터 마스크의 좋은 점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어쩌면 마스크의 생활화를 반겼는지도 모른다. 현실은 라이트도 잘 맞추지 못하는 초보이지만 마스크를 쓰고 글러브를 끼고 단정하게 머리를 묶고 깔끔한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순간 나는 프로페셔널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바로 이점이 내가 치위생사를 좋아하는 사소하지만 확실한 이유다. 세상에 유니폼을 입는 직업은 많다. 하지만 그 어떤 유니폼보다 병원 유니폼은 실용적이고 편하며 전문적이고 깔끔하다.
마스크 속 우리의 표정이 미소 일지 울상 일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그것을 판가름하는 건 코로나 같은 질병이 아니라 환자분들의 다정한 한마디로 달라질 수 있다. 치과에 방문하는 환자들은 90%가 두려움과 공포심을 가지고 방문한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기에 우리는 처음 보는 사람의 손을 덥석덥석 잡기도 하고 긴장하지 말라며 미소를 내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치과에 내원하는 어른들이 내 아버지, 어머니가 되기도 하고 어린 친구들은 친한 동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코로나 이후 또 어떤 감염병이 우리를 혼란에 빠트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흔들리고 두려워하겠지만 또 이겨낼 것이다. 우리는 그 무엇보다 구강위생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고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진료받다가 가실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아마도 그런 마음을 알기에 환자들이 치과에 방문할 때마다 자꾸 무언갈 가져다주시는 게 아닐까.
이 글을 통해서 환자들에게 그 감사한 마음을 치위생사들이 잘 알고 있다고 한 번쯤은 꼭 말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