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치위생사에 애정도 없었으면 이제 와서 내가 정말 바라는 치위생사에 대해 이야기해도 되는 것일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13년 정도 일했고 진료실에서 데스크까지 일해보며 치위생사의 단만 쓴맛을 다 맛본 사람으로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치위생사가 이런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이상향을 말해보고 싶다.
첫 번째. 치위생사의 영역이 침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재 치과에서 일할수 있는 인력은 치위생사, 조무사, 코디네이터, 청소업자 등등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법적으로는 이 인력들이 일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지만 사실 해당 면허증이나 자격증 없이 업무를 침해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 문제는 계속해서 문제를 요구해 왔지만 눈에 띄는 해결책 없이 주의만 주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표적인 예로 스케일링은 치위생사 고유의 업무이며, 치과의사보다 더 잘한다고 자부할 수 있는 업무다. 하지만 스케일링을 배워본 적 없는 조무사들에게 간단히 교육 후 시키는 일이 허다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사실을 알리 없는 환자들은 조무사에게 진료를 받고 있다. 혹은 반대로 치위생사의 업무범위를 넘어서 치과의사의 업무까지 무분별하게 떠넘기는 곳도 많다. 상사가 시키는 일이기에 못한다고 뿌리쳐 버릴 수 없으므로 울며 겨자 먹기로 하고 있다. 판사가 재판을 해야지 피의자를 변호하면 그 재판은 올바른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 그렇다면 법과 질서는 왜 정했을까. 이것은 확실히 변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다.
두 번째. 치과 이외에도 일할 수 있는 곳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물론 현재도 치과 외에 치위생사가 취업할 수 있는 곳은 여러 곳이 있다. 심평원, 의료보험공단, 보건소, 군무원, 임플란트 회사, 방사선 제조회사 등등. 하지만 이런 곳에서 치위생사를 뽑는 인원은 굉장히 소수이며 채용공고도 잘 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치위생사들이 치과를 전전하다 적성에 맞지 않으면 그만두는 것이다. 지금보다 다양한 방면에 근무조건이 있다면 꾸준히 치위생사로 일하며 살지 않을까.
세 번째. 치위생사란 무엇인지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앞서 말했듯이 10년 전보다는 사람들이 치위생사가 무슨 일 하는 사람인지 대부분 알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는 모르고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며 얄팍하게 알고 도전하고 포기하는 일 또한 허다하다. 좀 더 자세히 치위생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면 쉽게 도전했다가 포기하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이것은 모든 직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진로를 결정할 때 적어도 이 직업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어쩌면 국, 영, 수 따위보다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네 번째. 치과의사들의 인식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이것은 가장 어렵고도 현실화되기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묵살해야 하는 문제도 아니다. 누군가가 이야기해야 한다면 내가 꼭 이야기하고 싶었다. 치위생사라면 누구나 생각하는 문제.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과반수의 치과의사들이 치위생사를 단지 진료를 돕는 보조자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치과의사가 사장의 위치에 있기에 갑을관계 자체를 바꾸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구강위생 전문가로서 치과의사와 함께 진료하는 동료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월급을 주는 사장이 아니라 일할 때만큼은 함께 고민하고 함께 진료하므로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막말을 하고 막대하는 경우는 없어졌으면 좋겠다. 단지 인간으로서 치위생사를 존중해 준다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 치위생사는 보조인력이 아니라 전문인력이므로 그들이 조금만 생각을 다르게 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사실 내가 바라는 건 거창하게 치위생사를 의료인으로 해달라는 게 아니다. 그냥 우리의 영역을 침해받지 않는 선에서 구강위생 전문가로서 치위생사를 인정해주며 현재보다는 조금 더 인정받고 대우받길 바라는 마음이 제일 크다. 생각보다 현실이 녹록지 않아서 선배로써 예비 치위생사들에게 면목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배출되는 오천 명의 치위생사를 위해 준비운동이라도 해 보고 싶다. 이 하찮은 준비운동이 온 국민이 하는 국민체조가 되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