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부터 치위생사가 되고 싶었다든지 아니면 전문직이 꿈이었다든지 또는 나만의 원대한 꿈이 있어서 치위생사를 시작한 케이스가 아니다. 단지 진로를 결정할 시기에 집안 사정이 어려웠고 빨리 취업을 해야 했기에 이 일이 무슨 일하는 사람인지 모르고 시작했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니 스케일링을 하나도 안 아프게 해 줘서 고맙다는 환자들의 인사를 받으며 보람을 많이 느꼈고 하나씩 늘어가는 나의 스킬에 만족도도 높았다. 자연스레 사람들에게 이로운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도 따라왔다. 그렇게 살다 보니 세상 모든 사람이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사는 게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사실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은 세상에 한 획을 그을 만큼 좋은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치위생사 14년 차인 브런치 작가일 뿐이다. 이쯤 되니 내가 치위생사가 좋아서 이 일을 하는 것인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어서 하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제는 그냥 나의 본캐와 부캐로 생각하기로 했다. 지긋지긋해 정말. 하다가도 다시 진료하며 재밌어하는 나를 보면 치과위생사는 내 본캐가 되기도 부캐가 되기도 한다고 말이다.
이 글을 쓰면서 치위생사에 대한 처우가 좋아지길 바랐지만 나 스스로 이 일을 쉽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마주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다른 나라보다 유독 우리나라에서의 치위생사에 대한 처우가 낮은 건 우리가 쉽게 그만두고 쉽게 이직을 하기에 그런 처우가 따라오는 건 아닐까. 물론 치위생사라는 직업을 간절히 원하고 즐기며 살고 있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면허증을 장롱 안에 처박아 버리는 사람이 더 많은 현실 속에서 우리가 바꿔야 하는 것이 무엇일지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내가 나를 존중하지 않으면 아무도 존중해주지 않는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치위생사라면 나와 같이 힘써줬으면 좋겠고 예비 치위생사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위생사가 되어주었으면 좋겠고 아무것도 상관없는 일반인이라면 치과에 갔을 때 치위생사에게 한 번이라도 웃어줬으면 좋겠다.
치과 일은 그만하고 싶지만 그래도 오래 하고 싶은 이 오락가락하는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출근을 한다. 오늘 하루 치과에 방문하는 환자들이 조금 덜 무서워하고 덜 아파할 수 있기를. 애정과 애증의 모호한 관계인 치위생사로서의 나는 그래도 예전보다는 애정이 0.1% 더 많아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하루 양치질은 몇 번 하셨나요?
하루에 세 번 식사 후 삼분 안에 삼 분 동안 양치질! 일 년에 적어도 한 번은 치과 검진!
잊지 말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