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성희 Jul 04. 2022

브런치는 SNS에 불과하다.

나도 5년 전쯤에는 sns를 즐겨하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 기분 좋은 일이 있거나 자랑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며 사람들의 하트 받는 것을 즐겼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올리는 것이 귀찮고 하트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사진을 올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올린 것을 구경했다.


왜 굳이 구경까지 하나고?



sns를 눌러서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는 수고로움을 감수할 만큼 구경하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친한 친구들의 근황을 일일이 연락하지 않아도 간단히 요약해서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요즘 트렌드. 혹은 요즘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고 무엇에 열광하는지 그 짧게 지나가는 수많은 유행을 속성으로 알 수 있달까. (이걸 보면서 나는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기 위안을 갖습니다) 크게 이 두 가지 이유에서 나는 인스타그램을 자주 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인스타그램을 매일 챙겨 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핸드폰을 한다는 건 친한 친구나 사람들과 용건이 있어서 연락을 할 때, 유튜브나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알고 싶은 정보를 써치 할 때, 혹은 나의 스케줄을 저장하고 마음에 드는 순간과 감정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용도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친구들의 근황을 보는 시간보다 문득 보이는 모르는 귀여운 강아지를 보다가 신기한 동영상을 보다가 평소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다가 그렇게 한 시간을 뚝딱 같은 자세로 앉아있는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나 오래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었다고?     


사실 내가 그럴 줄은 몰랐다. 나는 나름 평소에 핸드폰이 없어도 불안하지 않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불안하지 않기는 개뿔. 어딜 가든지 핸드폰이 나의 시선 반경 안에 없으면 어디다 뒀는지를 계속 되새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SNS가 이렇게나 무섭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유튜브는 TV나 컴퓨터로도 볼 수 있으므로 인스타그램만이라도 삭제하고 핸드폰 하는 시간을 줄이자. 대신 그 시간에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읽고 한글 자라도 더 글을 쓰자. 그렇게 아무도 질책하지 않고 구속하지 않았지만 나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했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을 삭제한 후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따라왔다.      


인스타그램을 삭제한 지 일주일이 지났을까. 평소 아침에 눈을 뜨고 핸드폰을 열었을 때의 나의 루틴은 기본적으로 톡이나 알람을 확인하고 메일을 확인한다. 그리고 브런치를 확인다. 인스타그램을 안 하니 확인해야 할 것들이 확 줄어 시간이 남아돌아서 인지 상대적으로 브런치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여기까지 보면 어떤 것이 부작용인지 모른다. 하지만 매일 브런치 홈에 올라온 글들을 확인하고 브런치 나우에 올라온 글들도 훑어보고 브런치 북도 훑어보고 나의 통계는 몇이나 나왔을지 확인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 이것은 확실한 부작용이었다.      


이럴 거면 브런치나 인스타그램이나 다를 게 있을까. 이쯤 되면 브런치는 SNS에 불과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단지 그것이 영상이냐 글이냐의 차이일 뿐. 심지어 브런치에도 사진이나 동영상을 많이 올리는 작가분들도 많다. 이렇게 브런치에 집착하게 되면서부터 내가 무엇하러 인스타그램을 지웠나 하는 회의감도 들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브런치에 내 글을 읽고 라이킷을 하나씩 눌러줄 때마다 유튜브처럼 수익이 창출되어 통장에 찍힌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브런치가 SNS에 불과하다는 말 따위는 하지 않고 더 열심히 연구하고 잘할 자신이 마구 샘솟을 것 같은데. 그러질 못하는 것을 보면 정말 브런치는 SNS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카카오의 상술에 나는 꿈을 빌미 삼아 놀아난 것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내가 태생이 자본주의 인간이라서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단지 브런치 작가 중 한 명으로써 브런치의 미래를 위해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감히 말한다. 브런치가 유료화된다면 지금보다 더 발전하고 커질 것이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다른 나라만 오면 나는 예스걸이 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