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퀀트대디 Jun 19. 2022

'답이 없다'라는 생각의 오류

# 사물놀이

"사면 물리고 놀면 이긴다!"

요즘 같은 장을 대처하는 가장 최적의 전략이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하락장을 버틸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략이라는 소리다.


이런 소리가 나올 만도 한 이유는 최근 2주간 모든 자산군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 국채, 회사채, 원자재 너나 할 것 없이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모든 자산군이 하락하는 패닉장 (출처: 블룸버그)


코로나 사태 때도 그랬지만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지면 현금이 아닌 자산들은 모두 빠진다.

자산배분은 정말로 필요할 때 정작 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물놀이라는 말이 자꾸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하락장은 그저 답이 없는 막다른 길인 것일까?

하락장에는 사물놀이가 유일한 답이라는 생각은 과연 옳은 생각인 걸까?


우리는 이러한 관습적인 생각이 진짜 맞는 것인지 의문을 품어볼 필요가 있다.

관습적인 생각에는 그러한 생각의 맥락과 가정 그리고 전제가 항상 숨어있으며,

어떤 경우 그 기저의 생각들이 현재 시점에는 옳지 않은 것으로 판명 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토마스 쿤이 말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은 기저의 생각에 변혁이 일어나면서부터 발생한다.



# 롱온리 자산배분의 한계는 굉장히 명확하다

사실, 사물놀이라는 생각의 기저에는 롱온리 자산배분이 자리하고 있다.

롱온리 자산배분이라는 생각은 단지 자산을 구매의 대상으로만 여기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롱온리 자산배분의 의사결정은 살 것이냐 안 살 것이냐 이 두 가지밖에 없다.

또한 롱온리 자산배분은 팩터의 관점에서 보면 베타 그 자체이다.

돈을 벌 수 있는 수많은 전략들이 있지만 그냥 한 가지 전략에만 몰빵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말로 필요한 순간 기존의 자산배분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당연히 롱온리 자산배분이 진정한 의미의 자산배분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롱온리 주식 포트폴리오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 폭풍이 불어닥칠 때마다 롱온리 자산배분은 맥을 못 추었다.

아래의 그림은 주식, 채권, 외환, 원자재로 구성된 동일비중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이다.

21세기 들어 이러한 롱온리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은 우리가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롱온리 멀티에셋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의 성과



# 근본적인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할 때

내가 퀀트 트레이딩에 매력을 느끼고 커리어를 전환했던 이유는 매우 단순했다.


'시장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더라도 항상 돈을 벌 수 있는 투자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아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잃지는 않는, 즉 무조건 생존은 할 수 있는 투자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퀀트 트레이딩이 좋은 이유는 생각의 한계를 규정짓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롱온리만 해야 한다는 생각도, 주식만 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다.

오직 지금 상황에서 어떤 자산, 어떤 방향, 어떤 전략, 어떤 팩터가 돈이 될 수 있는가만을 생각한다.

그리고 어떻게 플레이를 해야 최소한 생존은 확보할 수 있는가를 생각한다.


롱온리 관점에서만 생각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올해가 정말 힘든 해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올해가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대호황장이다.

그 누군가의 대표적인 예는 CTA 펀드다.

CTA 펀드는 헤지펀드의 일종으로, 일반적으로 추세추종, 즉 모멘텀 팩터를 사용하는 펀드다.

CTA 펀드는 시장의 추세를 따라가며 그 방향대로 거래를 하여 수익을 쌓아나간다.

추세가 한 번 잡히면 그것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우리는 절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CTA 펀드들은 올해 상반기에 대부분 좋은 성과를 올렸다.

시장의 흐름 자체가 한 방향으로 계속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멘텀 시그널은 대부분의 경우 주식 숏, 채권 숏, 달러 롱, 원자재 롱이었고,

실제로 이러한 방향성이 CTA 펀드의 좋은 성과로 이어졌으며,

이러한 CTA 펀드 전략을 추종하는 ETF인 DBMF의 올해 성과는 아래와 같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롱온리 자산배분이라는 생각에 갇혀있는 사람은 절대로 만들어낼 수가 없는 것이다.

퀀트의 팩터 포트폴리오는 모든 형태의 편향과 편견이 제거된 상황에서만 빛을 발한다.

테크닉을 연마하기에 앞서 열린 사고방식과 끊임없는 메타인지가 우선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리더십 혁명』이라는 책을 저술한 오린 우드워드(Orrin Woodward)는 이런 말을 남겼다.


삶에 막다른 길은 없다.
오직 생각의 막다른 길만이 있을 뿐이다.

그의 말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생각의 사일로로부터 자유로워야 비로소 투자의 생존과 번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OECD 경기선행지표를 활용한 주식 베타 전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