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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Jul 13. 2022

퀀트 트레이딩 시스템과 세이렌의 유혹


# 유혹의 대명사, 세이렌


이 로고,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로고다.

그렇다. 바로 길거리에 자주 보이는 스타벅스의 로고이다.

이 스타벅스의 로고 안에는 세이렌이라고 하는 그리스 신화 속의 요괴가 들어가 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고향 땅으로 돌아오기 위한 10여 년에 걸친 여정을 풀어내고 있다.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후 고향으로 돌아오는 과정에 겪었던 여러 이야기들을 서술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바로 세이렌과의 조우이다. 본디 세이렌이라고 하는 그리스 신화의 요괴는 달콤한 노래로 뱃사공들의 혼을 빼놓은 뒤 배가 제대로 운항하지 못하도록 난파시켜 뱃사공들을 잡아먹는 괴물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생김새는 아리따운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뱃사공들의 눈과 귀를 홀려 결국은 그들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존재들인 것이다.


오디세우스는 이러한 세이렌의 유혹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고향 땅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세이렌이 있는 해협을 어쨌거나 지나가야만 했다. 그는 세이렌의 유혹으로부터 이겨내기 위해 노를 젓는 자신의 부하들에게는 밀랍으로 귀를 막게 하였고,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몸은 밧줄로 돛대에 꽁꽁 묶게 했다.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의 귀를 틀어막았으면서도 그 혼자만 밀랍으로 귀를 틀어막지 않은 이유는 세이렌의 노래가 얼마나 달콤한지 너무나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즉, 그는 파멸에 이르게 하는 세이렌의 노래를 듣고 싶었던 것이다. 실제로 세이렌이 노래를 부르자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에게 자신을 묶고 있는 밧줄을 풀라고 고래고래 소리쳤지만, 충성심이 깊은 그의 부하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협을 지날 때까지는 밧줄을 풀지 말라는 오디세우스의 명령을 철저하게 따랐다. 그 결과 오디세우스와 그의 부하들은 세이렌이 서식하고 있는 해협을 무사히 통과해 항해를 계속해 나갈 수 있었다.


# 퀀트가 트레이딩 시스템을 고집하는 이유

이처럼 인간에게 있어 유혹이라는 것은 참으로 극복하기 힘든 요소이다. 오죽했으면 오디세우스 그 자신마저 호기심이라는 유혹에 못 이겨 세이렌의 노래를 듣고자 자신만은 밀랍으로 귀를 막지 않았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디세우스가 지혜롭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이러한 유혹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방법을 생각해냈고 또 이를 실행해 옮겼기 때문이다. 자신 스스로가 그러한 유혹을 뿌리칠 수 없을 것임을 알았기에, 외부 요인으로 하여금 이러한 유혹을 억제할 수 있도록 미리 조치를 취해놓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의 이성으로 유혹을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과신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이러한 유혹 앞에 겸손할 필요가 있다.


퀀트가 손매매가 아닌 철저히 시스템에 기반해 트레이딩을 하는 이유는 꽤나 단순하다. 바로 세이렌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퀀트에게 있어 세이렌의 유혹은 바로 나의 직관이 옳은 의사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자의식의 과잉을 의미한다. 실시간으로 시장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든지 자신이 시장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실제로는 그렇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는 자기 과신의 결과일 뿐이며, 비이성성의 발현이다. 문제는 어느 누구도 이러한 인간의 본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보다 본능과 감정을 담당하는 전두엽 안쪽의 변연계가 훨씬 더 빠르고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도록 인간의 뇌가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퀀트가 트레이딩 시스템에 운용을 맡기는 것은 오디세우스가 부하들로 하여금 자신을 돛대에 꽁꽁 묶게 하는 것과도 같다. 인간의 본능과 감정은 이성을 아주 쉽게 압도해버린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유혹을 억제할 수 있는 외부 기제가 필요하다. 또한 우리는 우리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100%의 이성을 발휘해 기계적인 의사 판단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기 과신의 오류를 버릴 필요가 있다. 결국 퀀트의 트레이딩 시스템은 세이렌의 유혹으로부터 파멸하지 않도록 우리를 보호해 주는 밧줄이자 충직한 부관이다. 퀀트 트레이딩 시스템을 통해 퀀트는 금융시장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순항을 지속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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