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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Jul 18. 2022

'해봤는데 안돼'라는 생각의 오류

여우와 포도 이야기, 어렸을 적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솝우화다. 주인공 여우는 길을 걸어가다 탐스럽게 열려 있는 포도를 보았지만 여우가 그 포도를 따먹기에는 너무 높은 곳에 매달려있었다. 여우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았지만 결국 포도를 따먹지 못하자 이렇게 말하고는 가버렸다.

"저 포도는 분명 아주 신 포도일 거야!"


"퀀트? 내가 해봤는데 안되더라."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항상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런 말은 결국 자신의 자의식이 다치는 것을 막기 위한 심리적 기제가 작동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수성가 청년, 자청님이 최근에 쓰신 책 『역행자』에는 이런 말이 있다.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의식을 해체하는 것이다."


여우는 자신의 자의식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따먹지 못한 포도가 매우 신 포도일 것이라고 자기 합리화를 했다. 자기 합리화는 사실 스스로가 더 발전하는 것을 방해하는 심리적 족쇄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을 하려는 자신을 현재의 상태에 그대로 머무르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기 합리화를 한다면 자아가 상처받는 것을 막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면 우리는 절대로 더 나은 방향, 더 나은 상태로 진화할 수가 없다. 웨이트 트레이닝의 기본 또한 자신의 근육에 상처를 내서, 즉 근육을 파열시켜 더 큰 근성장을 이루는 데 있지 않은가.


따라서 '내가 해봤는데 안되더라.'라는 말은 엄청난 자의식 과잉의 표출이자 오만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그 이유는 이미 된다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외부의 정보를 싸그리 무시한 채 자신의 자의식 속으로 계속해서 침잠해 들어가는 무의식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탑 글로벌 헤지펀드들 중 절반 이상이 퀀트 펀드이거나 혹은 계량적 방식을 활용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펀드들인데, 그렇다면 '퀀트가 안 먹힌다'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는 둘 중 하나다. 하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사실은 시뮬라시옹의 가상세계여서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말을 한 사람은 그저 자의식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 합리화의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둘 중에 어느 것이 진실 일지는 이미 답이 나와있다.


따라서 퀀트가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여우처럼 시도를 해보긴 해봤으나 제대로 해보지 않은 사람이다. 여기서 '제대로'라는 단어가 매우 중요하다. 이 단어 하나의 유무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발생한다. 결국 성과는 디테일의 차이에서 나오는 법이다. 세상엔 수많은 의사가 있지만 이들의 수술 실력이 전부 같지는 않고, 또 세상엔 수많은 변호사가 있지만 이들의 변호 실력이 전부 같지는 않다. 결국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얼마나 공격적으로 치열하게 여기에 매달려서 될 때까지 해보았는가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여우처럼 포도를 따기 위해 몇 번 시도해 보다가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점점 더 디테일을 파고 들어가 과거에 실패를 했었던 이유를 기어코 찾아내서 수정한 후 마침내는 포도의 달콤한 풍미를 여유로이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내가 해봤는데 안되더라.'라고 하는 말은 결국 '제대로' 해보지 않았다는 소리밖에 안된다.

故 정주영 회장은 이렇게 안된다고만 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그 유명한 말로써 뼈 때리는 반문을 하고 있다.

"이봐, (제대로) 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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