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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Sep 16. 2022

'남들보단 낫지'라는 생각의 오류

'아, 저희 펀드가요. 올해는 벤치마크 대비 3% 아웃퍼폼 했습니다. 허허허'


전형적인 벤치마크의 함정이다. 만약 벤치마크가 올해 10% 하락했다면 펀드의 수익률은 -7%. 즉, 손실이다. 그런데 과연 손실 난 펀드에 고객들이 투자를 하고 싶어 할까? 천만에!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고객이 원하는 건 수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펀드가 벤치마크 대비 조금이라도 아웃퍼폼 할라치면 매니저의 에고는 한층 더 강화된다. 전형적인 대리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벤치마크는 생각의 한계를 규정짓는 족쇄다. 더 나아질 수 있음에도 더 잘할 수 있음에도 현재 상태에 안주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벤치마크다. 그런데 이런 상대평가는 무의미하다. 나의 본질적인 성장이나 가치 창출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남들과의 경쟁이 끝나고 남는 것은 사실 별로 없다. 벤치마크를 이겼다는 승리감도 잠시뿐이다. 진정한 성장과 성취감은 오직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그래도 내가 남들보단 낫지.'라는 상대평가식 사고는 버려야 한다. 상대평가로 플러스더라도 실제 성과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결국 투자도 인생도 어차피 절대평가다. 벌었냐 못 벌었냐. 성장했냐 퇴보했냐. 이것이 중요한 것이다. 남들이 어떻게 하고 있든 간에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일류 기업들이 경쟁자를 의식하며 비즈니스를 한다는 얘기를 나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들은 그저 오늘보다 더 내일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해결책을 강구할 뿐이다.


따라서 응당 퀀트라면 벤치마크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퀀트 투자 시스템이 추구하는 목표와 벤치마크의 그것은 애초에 정말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벤치마크는 롱온리 베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기에 벤치마크는 꽤 큰 리스크를 감당하여 장기적으로 큰 수익률을 내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퀀트 투자의 목적은 수익률 그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퀀트 시스템의 목적은 안정성, 즉 위험 조정 관점의 성과를 최대화하는 것에 있다. 샤프지수로 대표되는 성과의 견고함을 높이는 것이 퀀트의 목표다. 시장의 국면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건 간에 퀀트 펀드는 안정성과 지속성을 기치로 하여 꾸준히 수익을 쌓아가고자 한다. 합리적이면서도 견고한 투자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바로 퀀트의 목표다.


결국 남들과 비교하는 것은 하등 의미가 없는 짓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어제보다 오늘이 더 발전했는가,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 더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다. 퀀트의 실력은 그렇게 성장한다. 성장과 발전은 절대평가로부터 나온다. 글로벌 탑 퀀트펀드들이 뮤추얼펀드가 아닌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라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다음 기회는 없다는 생각으로 배수진을 치고 하루하루를 대하는 사람과 벤치마크보다만 잘하면 됐지라는 생각으로 매일매일을 안일함 속에서 지내는 사람 간의 격차는 당연히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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