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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Sep 28. 2022

데이터, 삶의 해법을 제시하다

"순전히 규칙에 기반해 매매를 하는 퀀트가 어떻게 돈이 되나요? 금융시장의 미래는 과거와 다를 수밖에 없기에 인간의 창의성과 직관이 필요한 분야 아닌가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나는 자신 있게 아니라고 답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말하는 직관이라는 것이 사실은 직관이 아닌 직감이며, 이 직감이라고 하는 것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어떤 뛰어난 통찰력이라기보다는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인간의 본성에 더 가까운 개념이기 때문이다. 직관에 기반해 뛰어난 투자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만 그들은 정말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워런 버핏, 피터 린치 같은 사람들은 일반적인 범인이라기보다는 분포의 극단에 위치해 있는 사람들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인간의 비이성적 본능을 직관이라 착각하고 자신의 삶 속에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반복한다. 그것이 데이터로 봤을 때 전혀 옳지 못한 처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이 책「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는 비단 금융 투자의 영역뿐만 아니라 삶의 전반에 걸쳐서 이러한 인간의 직감에 의존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왜 잘못될 수밖에 없는지를 말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오류를 바로잡고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데이터를 바라보고 분석하여 실제 세상의 작동 원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고도 말한다. 인간의 직감은 틀린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며, 특히 이러한 직감에 기반해 형성된 사회적 통념들은 결국 진실이 아닌 잘못된 통념일 뿐이기 때문이다. 설사 이 통념이 맞는 명제라 할지라도 저자는 데이터를 통해 이것이 정말로 맞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편견에 불과했던 것인지를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원제가「Don't Trust Your Gut」인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은 연애와 결혼, 육아, 창업과 성공, 그리고 행운 같은 분야에 있어서 데이터에 기반해 평소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향을 바로잡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팁들을 제시하고 있다.


옳은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는 세상에 존재하는 유의미한 정보와 신호들이 우리가 쉽게 관찰할 수 없도록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피상적인 현실 세계 그 너머를 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러한 통찰력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데이터에 인코딩되어 있는 시그널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금융시장에서 지속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 팩터 전략을 설계하는 퀀트들이 데이터를 파헤치는 이유이며,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 대표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이유다. 진실은 언제나 베일에 싸여 가려져 있기 마련이다.


「머니볼」과 「빅 숏」, 「라이어스 포커」 등을 저술한 마이클 루이스는 이를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의존할 때 인간의 마음은 스스로를 속인다. 
그리고 마음의 속임수 하나하나는 그 환각을 꿰뚫어 보고
현실을 직시했던 사람들에게 돈벌이의 기회를 제공했다.
- 마이클 루이스


또한 이 책이 더욱더 의미 있는 이유는 다른 자기계발서들이 주장하는 바를 데이터라는 객관적 논거를 들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첫머리에서 이 책은 '데이터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기계발서'임을 천명한다. 실제로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들었던 느낌은 이랬다.


'이 책은 자청님의 「역행자」, 드로우앤드류님의 「럭키 드로우」, 그리고 오은영 박사님의 「화해」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을 실제 데이터로 하나씩 증명해나간 책이구나. 결국 그들이 말하는 의사결정 방식이 실제 데이터와도 합치하기에 우리는 그러한 명제들을 받아들이고 삶에 적용하여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겠구나.'


결국 이 책은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 방식이 비단 금융시장에서의 투자 의사결정에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전반에 걸친 무수한 의사결정과 선택을 내리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나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행운을 얻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이라는 것은 운이 따라줘야만 하고 운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운, 즉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같은 행운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데이터에 기반해서 수많은 성공 사례들을 분석해 보았을 때, 결국 행운이라는 것 또한 계속해서 도전을 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입체파의 거장, 피카소이다. 그는 무려 1,800점의 채색화와 12,000점의 드로잉을 발표했다고 한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그가 만약 매일 하루도 빼먹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면 무려 37년 동안 그림을 그려야 했음을 의미한다. 피카소의 성공은 결국 37년이라는 긴 세월이 만들어낸 행운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피카소를 보면서 스스로에게 반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행운을 얻기 위해 과연 우리는 이 정도의 노력을 하고 있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행운이 아닌 그저 요행만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가?


결국 데이터는 우리에게 이렇게 하라고 말한다.

행운을 얻기 위해서는 당첨이 될 때까지 복권을 수없이 긁어야 한다.

삶에서 복권을 긁는다는 것은 도전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행운을 얻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도전을 거듭해야만 한다.


운이 발현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바로 무언가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시도가 단발성에 그쳐서는 안되며 시도에 시도를 거듭해나가야만 한다. 결국 성공을 이룬 뒤 자신은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 중에 삶을 그저 흘러가는 대로만 사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 모두는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끊임없이 담금질을 지속한 사람들이다. 수백, 수천 번의 도전을 통해 마침내 그들은 멋진 장외 만루 홈런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아무리 낮은 타율이라고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타석에 서서 계속 배트를 휘둘렀을 뿐이다. 아무런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다면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인생의 가치는 변동성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소리다. 데이터는 변동성을 꺼려하는 인간의 본성을 거스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타율이 10% 라면 최소한 적어도 10번은 시도해 봐야 하며, 1% 라면 100번은 시도해 봐야 한다. 운이 발현되었다는 것은 통계학적으로 말하자면 기댓값이 실제로 실현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댓값을 실현해 내기 위해서는 결국 무수한 시도를 반복해야 한다. 세계적인 퀀트 펀드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가 55%에 불과한 승률로 수익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십, 수백만 건의 거래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행운의 발현은 시도의 횟수와 비례한다.


정리하자면 이 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가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운 성공의 방정식이 정말로 옳다고 뼈 때리는 팩폭을 시전 한다. 이전의 자기계발서들이 다소 주관적인 경험을 가지고 논리를 펼쳐나갔다면 이 책은 철저히 귀납적 접근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베이지안적으로 말하자면 실제 데이터를 통해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들을 수정하거나 반대로 강화하도록 종용한다. 철저히 데이터에 의해 진실을 밝혀내자고 말이다. 데이터로 밥 벌어먹고사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나 퀀트뿐만이 아니라 삶 속에서 올바른 사고방식을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책은 데이터와 자기계발이라는 어찌 보면 다소 이질적인 두 가지를 한데 아주 잘 섞어놓은 매력적인 퓨전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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